"5060세대 즐거운 놀이터…새로운 것 배우고 새 친구도 사귀어"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손끝교실'에 들어서자 나무 향이 진하다. 작업 탁자 위엔 어른 손바닥 크기 만한 나무 장난감 여러 점이 놓여있었다. 주로 토끼, 여우, 펭귄 등 동물 모양으로 조각된 것들이었다. 탁자 한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목재들도 볼 수 있었다.
조각칼로 분주히 작품을 만들던 이들은 중부캠퍼스의 '생태감성 목공교실-발도르프' 수강생들이었다. '생태감성 목공교실-발도르프' 강좌는 폐나무를 손으로 깎아 인형(장난감)을 만들어 5060세대의 여가활동을 도모하는 수업이다.

수강생 중 한 명인 노준민(56) 씨는 "2019년도 2학기 '생태감성 목공교실-발도르프' 강좌는 8월 20일 시작해 9월 3일에 끝났지만,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결성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좌를 수강했던 인원은 12명이었는데 그중 절반인 6명이 커뮤니티에 참여했다.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에서는 올해 489개의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종강 후 수강생이 활동을 이어가길 희망해 자발적으로 만든 커뮤니티는 무려 306개다.

수강생들이 이렇게까지 흥미를 느끼는 건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가 '5060세대의 놀이터'가 되어줬기 때문이다. 노 씨는 "평생 직장 생활에 매여 있다가 퇴직할 때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막연한 게 현실이다"라며 "이곳에 오면 나무로 장난감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춤이나 요리까지 다양하게 배워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랑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즐겁다"고 했다.
다른 삶을 살았어도 취향이 통하면 의기투합하는 건 시간문제다. 실제 '발도로프 커뮤니티'가 결성된 건 수강생들은 '나무사랑'이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었다. 보험업과 교육업에 종사했다는 노 씨는 "젊은 시절부터 나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며 "직접 나무를 깎아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 왕경숙(54) 씨는 이벤트업계에 몸 담았으나, 역시 목재에 대한 사랑이 자신을 이곳까지 오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목재에 관심이 많아 가구제작기능사 자격증까지 땄다"라며 "나무를 만지는 순간 평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오랫동안 각자 품어 오던 로망과 관심이 이들을 만나게 한 셈이다.

이들이 말하는 발도로프의 매력은 무엇일까. 수강생 김금주(51) 씨는 "나무는 찬 성질이 없는 데다가 결과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로 밖에 버려진 나무 자투리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데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또 다른 수강생 최지호(45) 씨는 "어색하지만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경험을 한다"며 "그 순간의 성취감을 못 잊어 계속 나무와 조각칼을 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시·기부 활동을 계획 중이다. 우선 12월 10일 중부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커뮤니티 성과 공유회'에서 그 동안 만든 작품을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 전시할 예정이다. 만든 작품은 아동센터나 아동 관련 복지기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현재 50플러스 2학기 강좌는 대부분 종료된 상태다.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은 내년 2월 초부터 시작된다. 개강은 3월 2일이다. 무료 강좌도 있고, 유료 강좌는 대부분 2만~10만 원으로 부담이 없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 홍보협력팀 오정민PM은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데 50플러스 캠퍼스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라며 "다음 학기에도 다양한 강좌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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