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쓰레기 분리배출 제멋대로…재활용 30~40% 그쳐"

김형환 / 기사승인 : 2020-02-18 08: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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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등 이물질 뒤덮인 재활용 쓰레기 많아
비닐 제외하면 캔·페트·병 재활용률 15% 미만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 가능토록 환경 바꿔야

재활용 쓰레기는 산처럼 쌓여 있었고 컨베이어 벨트는 쉼 없이 돌아갔다.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선별하는 작업자들의 손도 빨라졌다.

하지만 재활용이라고 분리수거돼 반입된 쓰레기의 절반 이상은 그대로 버려졌다. 버려지는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들은 대부분 이물질이 너무 많이 묻어있거나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쓰레기들이었다.

▲ 지난 10일 경기도에 위치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재활용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형환 인턴기자]


"분류가 안 돼요. 힘들어요."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던 외국인 작업자가 서툰 한국말을 내뱉었다. 폐기용 쓰레기가 그대로 담겨있거나 음식물이 남겨있는 재활용 쓰레기도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의 모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은 서울의 한 지자체와 계약한 업체다. 해당 업체에는 아파트 등을 제외한 공원, 빌딩, 단독주택 등의 재활용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파트는 민간업체와 직접 계약해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한다. 하지만 나머지는 구청 등에서 일괄적으로 수거해 선별장으로 보내진다. 빌딩에서 버려진 쓰레기, 공원에서 버려진 쓰레기 등이 쏟아졌다. 이렇게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는 사실상 혼합배출이어서 뒤섞여 있다.

그렇게 모인 재활용 쓰레기에 대해 1차 분류작업을 실시한다. 산처럼 쌓인 쓰레기더미 속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다니며 큰 쓰레기를 골라내고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빼낸다. 그렇게 1차 분류가 완료된 재활용 쓰레기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오른다.

▲ 지난 10일 경기도에 위치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재활용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형환 인턴기자]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간 재활용 쓰레기들은 수작업을 통해 분류된다. 2~3명으로 구성된 작업팀은 컨베이어 벨트에 3곳으로 나눠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빼낸다. 그리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는 그대로 버려진다.

재활용 관계자들에 따르면 들어오는 재활용 쓰레기 중 30~40%만 재활용된다는 것이다. 작업장에서 일하는 A 씨는 "하루에 들어오는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해 3일만 밀리면 쓰레기장 밖으로 넘칠 수준"이라며 "제한된 설비와 인력에서 선별에 주안을 두기보단 처리에 주안을 두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분리수거 자체가 잘 안 되고 있다"며 "너무 오염된 페트병이나 음식물쓰레기가 담긴 재활용 쓰레기가 섞여 버려진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그나마 재활용률 높은 비닐이 많아서 그렇지 비닐을 빼고 캔, 병, 플라스틱만 따지면 재활용률은 15%도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지난 13일 서울시 종로구 인근 빌딩 재활용장에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 [김형환 인턴기자]


컵라면 용기나 커피가 담기는 PP컵 등은 대부분 선별작업에서 버려졌다. 오염도가 높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오염도가 있으면 재생원료를 만드는 업체에서 거부를 당한다"며 "오염된 재활용 용기는 어쩔 수 없이 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거업체 관계자 B 씨는 재활용 선별률을 높이기 위해 우선 '현장 위주의 교육'이 필요성을 역설했다.

B 씨는 "분리수거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분리수거 교육이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을 통해 큰 성과를 얻은 경험을 자랑스러워했다. 교육생들에게 실제로 분리수거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약 10분간 실습 교육을 했다.

B 씨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했을 때 이들이 자발적으로 SNS나 블로그를 통해 교육받은 내용을 알렸다"며 "이런 실질적 교육이 이뤄졌을 때 제대로 된 분리수거 시민정신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 포스터 [환경부 홈페이지]


이어 재활용 선별률을 높이기 위한 행정적 절차의 개선도 언급했다.

B 씨는 '재활용 종량제봉투' 등을 통해 선별작업을 용이하게 변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이는 파란색, 플라스틱은 빨간색 이런 식으로 재활용 봉투를 만든다면 선별률은 확실하게 오를 겁니다. 봉투에 지역별 광고를 넣어서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을 진행한다면 현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B씨는 "재활용이 어떻게 환경에 이바지하고 개인의 건강과 직결되는지 알려야 한다"며 대대적인 의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현경 활동가는 실제 현장에서는 30~40%보다 더 낮은 재활용률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재활용품들이)재질구조와 형태 자체가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며 "스프링 달린 노트와 같은 복합구조나 색상이 들어간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산구조 자체가 재활용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 기업들이 라벨 없는 생수병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현 상황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이 있다면 재활용률은 확실히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내용물을 비우고, 이물질은 헹구고, 라벨 등 다른 재질을 제거하고, 버릴 때 분리배출 한다면 재활용률은 상당히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 및 처리업체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특정업체 상호 및 관계자의 이름을 익명처리했습니다.)

UPI뉴스 / 김형환 인턴 기자 hwan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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