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고양이 '자두'가 우리에게 남긴 것

김진주 / 기사승인 : 2020-02-20 10: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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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적 판결"…"'동물학대=실형'이라는 인식 세워"
'토순이·시껌스 사건' 항소심에 미칠 영향 주목

"7개월을 꼬박 매달렸어요. 뭔가가 훅~하고 빠져나간 듯해요. 뭐라 말할 수 없이 허탈합니다. 우울증이 도질 것 같아요."

'경의선 자두' 사건 피해자 예모 씨는 항소심 판결 이후 '허탈감'을 호소했다. 그는 반려묘 자두가 '살해'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7월 13일, 예 씨의 가게 앞에서 자고 있던 자두를 살해한 정모 씨는 그해 11월 21일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 씨는 '형이 과하다'며 항소했고, 예 씨도 맞항소를 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열린 항소심에서는 '원심 유지' 판결이 났다.

7개월간 이어진 재판의 결과가 나오자 예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 앞 의자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예 씨의 딸, '자두 언니' 이모 씨도 법정 앞을 떠나지 못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이하 '마동친') 회원,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이하 '관악길보협') 회원을 비롯해 예 씨를 도왔던 사람들 모두 허탈함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지난 13일 경의선자두 사건 최종판결 후, 피해자 예 씨는 7개월간 함께해준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진주 기자]


"항소하면 안 되나요? 다들 얼마나 애쓰셨는데…원통하네요." 관악길보협 회원 H 씨가 입을 열었다. 길고양이 전문 사진작가 김하연 씨는 "이게 현행 동물보호법의 한계다. 그나마 정 씨가 6개월 실형을 받은 것도, 재물손괴죄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또 "자두살해범 6개월 실형은 이례적 판결이 아니다. 기념비적 판결이 될 것"이라며 "동물권 진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건 초기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자필탄원서를 취합하는 등 '거점' 역할을 해온 노모 씨는 "결과가 노력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노 씨는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다. '항소는 감형'이라는 낡은 공식을 깨고, '동물학대는 곧 실형'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 씨는 "솔직히 1년, 적어도 10개월 형까지는 가중처벌을 기대했다. 미친 듯이 달렸는데 제자리걸음을 한 기분"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예 씨의 딸, 이 씨는 "국민청원 21만 1240명, 온라인탄원 6914건, 자필탄원 216건…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재판부도 들어주리라 기대했던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씨는 이어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무엇보다, 함께해주신 분들께는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왼쪽에서부터 경의선 자두, 망원동 토순이, 화성 시껌스의 생전 모습. [김진주 기자]


고양이 전문 글작가 박상욱 씨도 "결과는 아쉽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동물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주인공들"이라며 "청원과 탄원으로 뜻을 합쳐준 국민들, 지난 7개월 동안 꾸준히 함께해준 여러분들이 있는 한, 동물권은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투병 중인 장양숙 마동친 대표도 병석에서 "모두들 수고하셨다"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판결이 항소심을 앞둔 '망원동 토순이' 사건과 '화성 시껌스' 사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두 사건의 피해자 A 씨와 K 씨 모두 자두 항소심 판결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자필탄원에도 참여한 A 씨는 "그토록 애쓰셨는데…자두 어머님께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화성 시민 H 씨는 "자두가 곧 시껌스고, 시껌스가 곧 토순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 동물보호법 강화다"라고 강조했다.

각각 8개월, 4개월 실형을 받은 '망원동 토순이' 살해범 정 모씨와 '화성 시껌스' 살해범 K 씨 역시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두 사건 모두 2심 재판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UPI뉴스 / 김진주 기자 perl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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