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칼럼] 더불어민주당이 망하는 길

이원영 / 기사승인 : 2020-05-06 14: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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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은 본질적으로 범보수 정당
진보 지형 넓히는 민심에 부응치 못하면
민주당은 진짜 진보에게 자리 빼앗길 것

요즘 더불어민주당 기분은 구름 타고 있는 듯하겠지. 좋은데 내색은 하지 못하고 점잔빼고 있어야 하니 답답도 하겠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지,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이지, 미래통합당은 '실망 매물'까지 쏟아지면서 전망이 캄캄하지, 게다가 각종 정치분석에서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진보' 쪽으로 바뀌어 역전이 어렵다 하지, 뭐 하나 민주당에 고무적이지 않은 것이 없어 보인다.

이제 한국정치에서 보수는 망하는 길로 접어들었고, 진보진영이 판을 키우는 일만 남았다고 덕담해주는 평론가들도 많다. 이래저래 민주당으로선 앞으로 꽃길만 걸으리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민심이란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아실 터.

먼저 민주당은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헛발질 끝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 교수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란 책에서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통찰력 있게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경제적 선진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불행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그 원인 중의 하나로 정치를 지목했다.

"우편향된 지형에서 수구와 보수가 선거법을 매개로 과두 지배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 현실이다. 여러 차례 민주혁명과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오히려 지옥이 되어가는 이유는 이러한 '구조적'인 결함에 있다. 민주화가 되어도,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이 나라는 변하지 않는구나, 이 점을 국민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결국 이 나라 정치는 수구와 보수가 짬짜미해서 나눠먹기 식으로 해온 것이지 애당초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가치추구형 진보는 없었다는 말이다.

김 교수의 말마따나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 수구보다 조금 진보적인 척하는 보수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당이 무너지는 것만큼 민주당도 무너질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적 토양이 더 이상 수구보수의 깃발로 먹히지 않는 지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맞다면 민주당의 앞날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 가고 싶다면 지금처럼 그대로 하면 된다. 180석 거대 여당이 되고 나니 예의를 갖춘다고 야당과의 협치를 무척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말이다. 전제는 협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협치면 반대할 사람은 없다. 협치한답시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식물정당을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압도적 승리를 가져다준 이유가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는 건 이미 다 알 것이다. 그래, 사사건건 발목 잡는 야당에 심판을 내렸으니 이제 제대로 한 번 해봐, 그런 표심 아닐까. 이것저것 재느라 개혁다운 개혁 하지 못하고 점잔만 빼다간 실망 매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 것이다.

민주당에 실망하면 다시 통합당으로 지지가 쏠릴까. 아마 그럴 일 없을 것이다. 수구와 보수의 짬짜미 정치를 알아챈 민심은 진짜 진보를 찾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가능성은 이제부터인지도 모른다.

김누리 교수의 진단대로 한국은 최악의 약탈적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을 그대로 닮고 있다. 여기서 생긴 무한경쟁, 최악의 빈부격차, 사회안전망 결여 등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낳고 불행감 높은 나라로 만들었다.

최악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민주당은 직시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치유할 정치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도 점차 진보지형으로 바뀌고 있는 민심의 눈 밖으로 벗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앞으로 희망을 품을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 더 과단성 있게 개혁과제들을 추진해야 한다. 진보적 과제들을 더 많이 품고 가야 한다.

질질 끌고, 뭉그적거리고, 눈치 보라고 압도적 과반 의석을 준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텐데. 크게 이겼어도 한순간에 망할 수 있다는 것쯤은 이제 민주당 DNA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 이원영 정치·사회에디터


UPI뉴스 / 이원영 사회에디터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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