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소환한 원격 진료 "검토 필요" vs "검증 안 돼"

권라영 / 기사승인 : 2020-05-22 1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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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 "비대면 진료 도입 검토 필요"
의료계는 반발…"국민 건강에 해악 끼칠 것"
보건당국 "특수한 상황…제도화 고려 안 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원격진료 도입과 관련된 논란이 다시 터져 나왔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일부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에 대해서만 전화상담과 처방을 허용한 가운데,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 비대면 진료 도입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년간 시범사업…코로나19로 다시 떠올라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2000년부터 실시됐다. 그러나 20년간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을 떼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의료영리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2017년 민주당에서 내놓은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도 '원격의료는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전화상담과 처방이 한시적·제한적으로 허용되면서 원격진료는 '원격'이 아닌 '비대면'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온라인 교육, 온라인 거래, 방역과 바이오산업 등 포스트 코로나 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언급했다.

뒤이어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원격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비대면 의료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가세했다. 지난 14일 목요대화에서 정 총리는 "일상화된 방역의 시대에는 비대면 진료 확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과감한 중심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론조사, 찬성 43.8% vs 반대 26.9%

▲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조사한 비대면 진료 도입 여부 공감도. [리얼미터 제공]

여론조사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2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비대면 진료 또는 원격 진료 도입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2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이에 따르면 43.8%가 '의료산업 활성화와 진료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으니 도입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오진 가능성이 있고 대형병원의 독점이 강화될 수 있으니 도입하면 안 된다'라는 응답은 26.9%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도 29.3%로 적지 않았다.

의료계 "비대면 진료, 안전성 확보 어려워"

여론이 우세하다 해도 비대면 진료 추진은 쉽지 않다. 당사자인 의료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비대면 의료에 대해 한계가 있고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회원들을 상대로 전화상담과 처방을 전면 중단해달라는 권고문을 냈다. 협회는 "소위 비대면 진료, 원격진료 등을 새로운 산업과 고용 창출이라는, 의료의 본질과 동떨어진 명분을 내세워 정작 진료 시행의 주체인 의료계와의 상의 없이 전격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는 그 한계가 명확하여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으며, 진료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소재가 불명확하다"면서 "결국 의원급, 중소병원급 일차의료기관의 몰락과 국가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에 매우 큰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월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코로나19 관련 지역사회 생활에서의 마스크 사용에 관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대한개원내과의사회도 비대면 진료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개원내과의사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라는 위기 상황을 핑계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원격의료 반대에서 재추진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진료는 환자의 병력 청취부터 꼼꼼한 진찰을 통한 진단과 치료가 원칙"이라면서 "이러한 기본을 무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차세대 국민먹거리 창출로 포장하여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 "제도화 고려하고 있지 않다"

논란이 계속되자 보건당국은 원격 의료 제도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감염병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조치로 추진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윤 반장은 "지난 10일까지 26만 건의 전화 진료가 이뤄져 기저질환자와 노인들의 의료접근성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어느 정도 보장됐다고 판단한다"면서 "이 중 3분의 1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료 접근성, 안전성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의협 등의 전화상담 전면 중단 권고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고 또 가을철에 지금보다 더 큰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 있다"면서 "그러한 상황에 대비해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 진료의 어떤 부분들을 보완·개선해야 하는지 의료계와 계속해서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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