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원짜리 경운기 현대차 GV80"…잇단 논란에 소비자 분통

김혜란 / 기사승인 : 2020-06-03 16: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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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만원에 산 신차 주행 중 '덜덜'…동호회에서 이상증상 호소
현대차 "주행 이상 없으니 일단 타라"·"엔진 바꿔줄게" 대응 논란
'기어 이상'은 출시 한달만에 리콜…'2열 독립공조' 논란은 진행형
#강원도의 한 전원주택에 사는 김명진(가명) 씨는 언제 엔진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자신의 GV80을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언덕길이나 특정 속도만 되면 마구 요동치는 차 때문에 매일 60㎞의 통근길은 언제나 마음이 불편하다. 현대차 사업소에 문제를 알렸지만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타라"라는 말만 남길 뿐이어서 불안한 출퇴근길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종화 씨는 최근 기존에 타던 SUV 싼타페를 GV80으로 바꿨다.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위해 더 크고, 튼튼한 차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의 안전을 책임질 줄 알았던 GV80은 출고 후 한 달 만에 주차장 신세를 지고 있다. 이 차 역시 엔진 진동 현상이 발생했다. 사업소 측은 아직 고칠 도리가 없다며 이 씨를 되돌려 보냈다. 이 씨는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만 4대나 샀는데, 이제 이 회사 제품과는 끝이다"라고 말했다.

▲ 영상의 1분 2초까지 GV80 운전자 김명진(가명) 씨의 차량이 주행 중에 마구 흔들리며 내부의 물건들이 요동치고 있다. 이후 1분 3초부터는 또 다른 GV80 차주 이종화 씨가 주행 중에 엔진 떨림 현상을 감지하고 목소리를 내자 음성이 마구 떨린다. [김명진 씨·이종화 씨 제공]

연초 첫 출시된 후 5월 말까지 누적 계약 건수 3만 대를 웃돈 제네시스 GV80은 론칭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현대차의 첫 프리미엄 SUV다. 6580만 원에서 8000만 원 후반에 이르는 높은 가격이지만 인기가 있어 계약 이후 한두 달은 걸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

이런 인기와 별개로 출시 이후 각종 결함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만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3월 GV80 디젤 모델을 처음 인도받은 김명진 씨와 이종화 씨는 출고 후 주행거리가 3000km 정도 되는 시점에서 차량 떨림 증상이 나타났다.

이들뿐이 아니다. ‹UPI뉴스›의 취재 결과 이같은 차량의 떨림 문제를 호소한 이들은 GV80 동호회 500명 중 20명이 넘는다. 공통적으로 시속 50∼80km 등 특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하면 차체가 강하게 흔들리는 증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핸들을 잡고 있는 운전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가벼운 물건들이 진동 때문에 떨어질 정도다.

이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회사 측의 무심한 대처였다. 아직 방법이 없으니 "그냥 타고 다녀라"라는 회사의 대응에 차주들은 "소비자의 안전에는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고 반응했다. 

"경운기처럼 덜덜거린다"라고 표현한 GV80 차주 A 씨는 지난달 7일 수리를 맡겼지만 2주가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사업소에 문의 하니 "주행에는 문제가 없으니 타고 다녀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A 씨는 "주행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문서화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해당 사업소는 이를 거절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현대차는 문제를 제기한 차주들을 대상으로 엔진을 교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 교수는 "지난해 현대차 세타2 엔진 문제처럼 '케넥팅 로드'의 이상이라면 해당 부품만 교체하면 된다"며 "지금 어느 세부 부품이 문제인지 모르니 '땜방', 혹은 '복불복' 식 대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고차 거래가를 고려하면 자동차 엔진을 교체한다는 건 차주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엔진을 바꿀 정도의 문제 차량을 누가 사겠냐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중고차 시장에서) 엔진을 모두 갈았다면 큰 사고가 났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한 직원은 이종화 씨에게 "나중에 당신의 차가 중고차로 나오면 내가 살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웃으며 말하는데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명진 씨는 "지금까지 사업소만 세 번이나 갔고, 너무 답답해 (규모가 더 큰) 서울에 있는 제네시스 센터에 가려고 해도 대기만 한 달이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 올해 2월 초 한 운전자가 자신의 GV80 차량이 드라이브 기어에서 후진하고 있다고 영상을 통해 알리고 있다. 네이버 동영상에서 검색이 되던 이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네이버 동영상 캡처]

GV80은 지난 2월 초 디젤 모델에서 드라이브 기어에서 후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때도 현대차는 "정비소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재현되지 않았다"며 소비자에 문제 입증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 기어 작동 오류의 원인이 드러났다. 스탑앤고(Stop & Go·ISG) 장치의 소프트웨어 오류로 변속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GV80 823대에 대한 리콜(시정조치)을 명령했다.

▲ 올 1월 디젤 모델에 이어 지난 3월 가솔린 모델을 출시한 제네시스는 가격표(프라이스 리스트)에 독립 공조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이 리스트에는 "2열 컴포트 패키지의 3존 공조 사양 선택 시 2열에서는 모드와 온도를 독립적으로 조절 가능하며 풍량 조절 시 1열과 연동됩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풍량 조절 시 1열과 연동된다'라는 얘기는 먼저 출시된 디젤 모델에는 나와있지 않다. [제네시스 GV80 웹사이트 캡처]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기옵션'으로 불렸던 GV80의 '독립공조(공기 조화의 준말로 냉난방 등을 가리킴)' 논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독립공조 기능이 들어간 230만 원짜리 옵션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1·2열 풍량 조절이 따로 되지 않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3월 새롭게 출시한 GV80 가솔린 모델의 홍보 책자에 '풍량 조절 시 1열과 연동된다'라는 문구를 추가하며 문제를 어물쩍 넘겼다.

분노한 GV80 디젤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임우주(가명) 씨는 "보상 차원에서 엔진오일 1회 교환을 해주겠다"라는 현대차 직원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직원은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 GV80 디젤 차량 차주들은 230만 원이나 주고 산 옵션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제조사인 현대차에 주장했지만, 회사는 소비자 보상에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결국 '독립공조 사기'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냈다. [청와대 웹사이트 캡처]

결국 임 씨는 다른 소비자들과 함께 '2열 독립공조사기'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낸 상태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국민들이 제조사의 횡포에 놀아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제조사는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보상해줄 부분은 보상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GV80 '엔진 논란'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차량에서 해당(차량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원인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 다른 결함 논란 및 소비자 분쟁에 대해서는 "상황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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