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웨이브·KT 시즌 '음악저작권료' 한 번도 안낸 사연

이민재 / 기사승인 : 2020-06-04 11: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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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저작권료 관련 규정 미비…한음저협, 개별 협상중이나 지지부진
2018년 넷플릭스와 계약한 한음저협 "웨이브·시즌도 그만큼 내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SKT '웨이브'와 KT '시즌' 등 국내 OTT업체들이 서비스 중인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사용된 음악에 대한 음악저작권료를 한 번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T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웨이브가 지난해 9월 16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음악저작권료는 음악을 사용했을 때 내야하는 일종의 '사용료'다. 가령, 음원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로(FLO)' 사용자들이 플로앱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플로는 해당 음악에 대한 음악저작권료를 저작권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 등에 지급한다. 한음저협은 징수한 음악저작권료를 음악 권리자(작곡가, 작사가, 편곡가)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방송사 역시 드라마, 영화 등을 방영할 때 영상에서 사용된 음악에 대한 음악저작권료를 한음저협에 지급한다. 영상을 서비스하면서 영상 안에 사용된 음악도 함께 서비스한 셈이기 때문이다. OTT 역시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영상에서 나오는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

한음저협은 '웨이브'와 '시즌'을 비롯한 국내 OTT사업자들은 이제까지 음악저작권료를 내지 않았으며 이들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4일 촉구했다. 

'저작권료 수준' 둘러싼 줄다리기…협상은 난항, 지급은 지연

저작권료 지급이 실행되지 않는 건 저작권료 징수요율에 대한 OTT 업계와 한음저협의 인식차가 커 관련 협상에 속도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한음저협은 현재 넷플릭스에 적용하고 있는 요율을 국내 OTT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음저협과 저작권료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으니 동일한 서비스인 웨이브나 시즌도 비슷한 요율을 적용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8년 한음저협과 협의를 통해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를 한음저협에 지급하고 있다.

한음저협 측은 "사업자 간 형평성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웨이브와 시즌도 넷플릭스가 계약한 수준의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웨이브와 시즌 등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OTT업계는 '넷플릭스 요율'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OTT업체의 한 관계자는 "음저협이 주장하는 '넷플릭스 요율'을 적용할 경우, 방송사 등에서 내는 저작권료 보다 훨씬 더 많이 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OTT업체의 관계자 역시 "한음저협이 요구한 요율은 지상파 방송사 등에 적용되는 수준보다도 높았다"고 말했다. 두 관계자 모두 구체적인 금액이나 요율 등은 협상 과정상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에 대한 해석이다.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은 2006년 한음저협과 문체부, 그 외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를 통해 만든 것으로, TV방송물(VOD) 재전송 등에 관한 규정이다.

국내 OTT업계는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을 OTT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며, 높은 '넷플릭스 요율' 대신 이 규정에 따라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규정이 아닌 '넷플릭스 요율'을 적용할 경우 OTT사업자는 규정보다 4~5배나 더 많은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음저협 측은 OTT에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음저협 측은 "해당 규정은 14년 전,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제공한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에 대해 만들었던 저작권료 징수 규정이다"라면서 "애초에 OTT 서비스에 적용하려고 만들었던 규정이 아니다. 넷플릭스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음저협 측은 또 "현재 OTT는 다른 제작사에서 제작한 방송물, 영화,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포괄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와 다른 종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OTT업체가 한음저협에 내야하는 저작권료에 대한 규정은 없다. OTT업체 숫자가 많아질 동안 관련 규정이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넷플릭스, 정말 '저작권료 많이 내는 계약' 했나

넷플릭스는 정말 한음저협과 '저작권료 많이 내는 계약'을 한 걸까. 이와 관련해 한 OTT업체의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생각보다 적은 저작권료를 내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 중 상당수는 애초에 음악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징수 요율로 한음저협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그 요율을 적용해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콘텐츠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측이 드라마 등 콘텐츠제공업체(CP)로부터 음악저작권 등 지적재산권(IP)까지 확보하는 조건으로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은 것이라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얘기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OTT업체들의 경우 지적재산권(IP)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수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료 폭탄' 맞을라…OTT업계 '긴장'

한음저협과 협상을 벌이는 국내 OTT 업계는 '넷플릭스 요율'을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일부 국내 OTT사업자는 이제까지 납부하지 않았던 저작권료까지 소급해서 납부하기로 한음저협과 합의한 상태다. 자칫 높은 요율로 계약할 경우 이제까지 미납한 저작권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넷플릭스도 2018년 한음저협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전까지 내지 않은 저작권료를 소급해서 지급한 바 있다.

한 국내 OTT업체 관계자는 "과거 미납분을 소급해서 지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막대한 금액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도저히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음저협의 요구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요율이 구체적으로 얼마이고 이 요율을 적용할 경우 OTT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규모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은 모두 예민한 문제라며 공개를 꺼렸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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