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아동 사망 계모, 살인죄 적용 배경은?

주영민 / 기사승인 : 2020-06-30 14:12:09
  • -
  • +
  • 인쇄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 넣고 가방 위에 올라 뛰기도
검찰, 과학수사로 살인의 고의 입증 증거 충분히 확보
법조계, 재판서 고의성 인정 안 해도 미필적 고의 가능
검찰이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아이가 '숨을 못 쉬겠다'고 호소하자 해당 여성은 가방 안에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넣는 등 잔인하면서도 엽기적인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이를 가방에 7시간 동안 감금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위에서 수차례 뛴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경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아온 계모 B(43) 씨가 지난 10일 오후 기소 의견으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숨이 안쉬어져요' 요청에 가방 위에서 뛴 계모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 전담부는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A(41)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애초 경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 아동을 살해하려는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사건을 심의한 검찰시민위원회 역시 지난 26일 살인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냈다.

A 씨는 지난 1일 오후 12시께 B(9) 군을 가로 50㎝, 세로 71.5㎝, 폭 29㎝크기의 여행용 가방 안에 3시간 동안 감금했다.

이어 오후 3시 20분께 B군이 가방 속에서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가로 44㎝, 세로 60㎝, 폭 24㎝의 더 작은 가방으로 옮겼다. A 씨는 아이를 가둬놓고 3시간 동안이나 외출을 하기도 했다.

A 씨가 B 군을 가방에 가둔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임기를 고장 내 훈육하고자 가방에 가뒀다는 게 A 씨의 항변이다.

B 군의 친부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고 있던 A 씨를 B 군은 '엄마'라고 불렀다.

A 씨는 B 군이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수차례 호소하며 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가방 문을 연 뒤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가방 속에 불어넣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A 씨는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는 것도 모자라 가방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뛴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용 가방에서 내려온 뒤 B 군의 인기척이 희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A 씨는 안을 확인해보지 않고 40여 분 동안이나 방치했다.

가방에 갇힌 지 7시간여가 흐른 뒤 오후 7시25분께 B 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이어간 B 군은 이틀 뒤인 지난 3일 오후 6시30분께 결국 숨졌다. B 군은 사망 원인 중 하나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조사됐다.

A 씨의 B 군에 대한 학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 29일까지 12차례에 걸쳐 B 군의 이마를 요가 링으로 때려 다치게 하는 등 지속해서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살인의 고의성…재판에서도 인정될까

검찰은 숨쉬기 힘들어 꺼내 달라는 아이의 요청을 무시하고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넣거나, 가방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뛴 행위는 미필적 고의를 넘어 살인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과학수사를 통해 추가 학대 사실은 물론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아동학대 관련 판례와 논문을 뒤져보고, 아동보호기관 상담사 조사·아동학대 전문의 자문·부검의 진술 청취 등을 통해 사건처리에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했다고 강조한다.


검찰의 설명대로 법원도 A 씨의 대한 살인을 인정할수 있을까? 이번 여행 가방 감금 사망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필적 고의 중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현행법은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이 있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행위가 타인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지 또는 예상했다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미필적 고의'다.

앞서 지난 2016년 7살 아들을 학대하다 다치자 그대로 방치해 사망케 한 '부천 초등생 살인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범인이었던 부모 최모(36) 씨 부부는 2012년 10월 자신의 집 욕실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당시 7세)을 때려 실신케 하고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부부는 아들이 숨지자 대형마트에서 믹서기와 칼, 고글 등의 도구를 구입해 시신을 훼손했으며 사체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공중화장실에 유기했다.

당시 수사당국은 시신이 훼손되면서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을 살인죄로 판단했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정황 증거 등을 찾았고 재판에서 이를 입증할 수 있다면 재판부도 살인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는 당연히 자식이 죽지 않도록 돌봐야 할 책임이 있다"며 "작은 가방에 아이를 가둬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을 보이는 데다가, 심지어 3시간 넘게 외출까지 했다는 점 등에 비춰 살인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핫이슈

만평

2020.7.14 00시 기준
13512
289
12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