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몰려오는데 '과일 대풍'도 김정은 덕분

김당 / 기사승인 : 2020-08-26 18: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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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톺아보기] 9. 태풍 바비, 바람이 세게 부는 '풍천' 땅 피해 갈까
북한 매체들 '과일향기 넘치는 평양'…첫물복숭아∙배 평양 공급 보도
북한의 대표적 과일생산기지 '과일군'…김일성 67년 조성, 김정일 육성

과일향기 넘치는 평양. 오늘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 평양 시민들이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수확한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지금 우리 공화국의 수도 평양의 그 어디를 가보아도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생산한 보기에도 먹음직한 배를 받아안고 기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의 기쁨 넘친 모습을 바라볼수록 수도시민들에게 더 많은 과일을 풍족히 먹이시려고 지금으로부터 3년전 과일군을 찾으시어 바쳐 오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원수님의 불멸의 노고가 가슴 뜨겁게 되새겨진다."

 

과일군 첫물복숭아와 배 평양 공급 대대적 보도

북한에서 해마다 이맘 때에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생산한 각종 과일을 열차에 실어 평양에 보내고 평양시민들이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소식을 전하는 보도는 선전매체들의 '연례행사'다.

앞서 24일 조선중앙통신은 "과일군에서 수확한 과일을 실은 열차가 평양에 도착하였다"며 "인민들에게 사철 신선한 과일을 풍족히 먹이는 데서 자기들이 맡고 있는 임무의 중요성을 깊이 자각한 과일군 인민들은 지난 7월 첫물복숭아에 이어 이번에는 배를 수도 평양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평양시의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과일군 인민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는 배를 싣고온 열차를 맞이하였다"면서 "어머니당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과일수송차들은 평양시 제2∙제3인민병원, 평양시 구급병원을 비롯한 시안의 병원들과 상업봉사 단위들로 향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앞서 7월에도 "수도의 곳곳에서는 당의 사랑이 깃든 첫물복숭아가 주민들에게 공급되었다"면서 "수송차들은 수도의 학원들, 육아원, 애육원, 양로원 등과 상업봉사단위들로 향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모든 길은 수도 평양으로 통하는 북한에서 평양행 과일 수송열차는 연례행사이고, '과일향기 넘치는 평양'도 낯익은 광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 연례행사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 당국과 선전매체들이 '과일대풍'을 자랑하는 가운데 역대급 태풍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태풍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 해야"

▲ 김정은 위원장은 25일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7기 17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태풍 바비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6∼27일 북한 대부분 지역이 태풍 바비의 영향권에 드는 것과 관련, 25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17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태풍 바비의 상황을 언급하며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26일자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태풍에 의한 인명 피해를 철저히 막고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인민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에 있어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 해 농사 결속을 잘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일꾼(간부)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 속에 태풍 피해 방지 사업의 중요성과 위기 대응 방법을 정확히 인식시키기 위한 선전 공세를 집중적으로 벌리며,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서 태풍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게 즉시적인 대책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해 태풍 13호(링링)로 인한 국가적인 비상재해방지대책을 지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주문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태풍으로 농작물 수확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송화군 풍천면, 김일성이 '과일군'으로 개칭

황해남도 과일군은 원래 황해도 송화군의 한 지역으로 해방 전까지는 밭농사를 기본으로 하는 낙후된 농업지대였다. 그런데 김일성 주석이 조국해방전쟁(6.25 한국전쟁) 시기에 대규모의 과일생산기지를 꾸릴 구상을 해 1967년에 정식으로 '과일군'이 되었다.

▲ 북한 선전매체들은 100리에 걸쳐 '과일나무 꽃바다'가 펼쳐진 과일군을 '100리 청춘과원'이라고 부른다. [조선의 오늘 캡처]


북한 선전매체들은 과일군을 '100리 청춘과원'이라고 부른다. 봄여름에 서해갑문을 지나 푸른 들을 끼고 돌면 100리에 걸쳐 '과일나무 꽃바다'가 펼쳐지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황금나무 능금나무 산에 심었소 / 심었더니 마을에 웃음이 폈소 / 처녀들 아침낮에 꽃보며 웃고 / 저녁에는 꽃속에서 노래 부르오…

북한 인민들이 흥얼흥얼 따라부르는 가요 명목 '황금나무 능금나무 산에 심었소'를 작곡한 인민예술가 김옥성(1916~1965)도 과일군 출신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의 작곡가로 꼽은 김옥성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 작곡가로 활동했다. 전후 조선음악가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남측에도 알려진 대표작은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1960)이다. 인민예술가 칭호, 국기훈장 제1급 등을 수훈했으며, 1965년 애국열사릉에 안장됐다.

 

김정일, 과일군에 '과수연구소' 세워 과학영농단지로 가꿔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과일군에 과수연구소를 세워 과수영농을 과학화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과일군은 북한의 대표적인 과일 생산기지답게 한복판에 과학적인 과일 생산을 위한 현대적인 과수연구소가 설치돼 있다. 이 또한 "20년 전에 과일군을 찾은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이곳에 강력한 연구집단을 꾸리도록 해주시었던" 덕분이다.

선대의 김일성이 이곳을 과일생산기지로 낙점해 대규모 과수단지를 조성하고, 김정일이 과학영농을 위한 과수연구소를 설립해 풍성한 과실을 생산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3년 전에 이곳을 찾은 김정은은 이렇게 말했다.

"조국땅 이르는 곳마다에 펼쳐진 훌륭한 과수원들은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크나큰 심혈과 노고 속에 마련된 애국애민의 유산이며 인민생활 향상의 귀중한 밑천입니다."

▲ 2017년 9월 김정은 위원장이 대풍을 맞이한 과일군 사과 과수단지를 방문해 활짝 웃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이 방문한 곳은 어디든 '특별 관리'된다. 노동신문의 선전선동원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노동신문은 과일군의 첫물복숭아가 평양에 공급된 직후인 7월 25일자에 '예가 바로 사회주의 무릉도원이라오'라는 기행문을 실었다.

"수도의 집집마다에 넘쳐나는 과일향기는 우리 인민에 대한 위대한 수령님들과 경애하는 원수님의 크나큰 사랑과 당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과일생산에 모든 것을 다 바쳐가는 이곳 일군들과 농업 근로자들의 소중한 땀방울에 샘을 둔 것이어서 그리도 그윽한 것이 아니겠는가."

 

태풍 바비, 바람이 세게 부는 풍천 땅 피해갈까

과일군은 예로부터 바람이 세게 부는 지대라고 해서 '풍천'이라고 불렀다. 서해 기슭의 풍천 땅을 과일군으로 조성한 것은 김일성이고, 이곳을 과일생산기지로 가꾼 것은 김정일이다. 태풍 바비는 바람 많은 풍천 땅을 피해 갈까? 대풍을 거둔 과수들은 낙과(落果) 피해를 피할 수 있을까?

하지만 설령 태풍 바비가 서해의 바람골인 풍천 땅을 덮치더라도 대수로울까 싶다. 어차피 풍년이 들면 다 '경애하는 원수님 덕분'이고, 태풍이 불어 농사를 망치면 '아랫것들 책임'인 것이 북한의 오래된 통치방식이 아니던가.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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