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은아' 내세운 '평양의 괴벨스'

김당 / 기사승인 : 2020-09-14 18: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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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톺아보기] 10. 김정은 '속옷 차림' 노동신문 사진 뜯어보니…
김정은 "참신한 선전선동" 제시후 리춘희 대신 유튜버 '은아' 등장
리일환 선동부장, 김기남 전 비서 잇는 '북한의 신세대 괴벨스' 되나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기존의 레거시(전통) 미디어 중심에서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를 활용하고 보도의 혁신을 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를의 태풍 피해 복구현장을 현지지도 하면서 속옷 차림으로 벼 이삭의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자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피해복구 건설현장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속옷 차림의 김정은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 중간에 상의를 벗고 대형 건물배치 계획안과 설계도면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수행한 간부들과 살림집 건설에 동원된 부대 지휘관들에게 지시를 하는 모습이다.

복구중인 살림집 내부로 들어가 군을 칭찬할 때는 속옷 차림으로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지만, 같은 속옷 차림이어도 태풍으로 수해 입은 논에 들어가 벼 이삭의 생육 상태를 살필 때는 수심 어린 표정이 역력하다.

 

김정일한테선 볼 수 없던 김정은의 속옷 차림

북한 관영매체에 김 위원장의 속옷 차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8월에도 김 위원장이 황해남도의 북한군 소속 금산포 젓갈가공품공장을 시찰할 때 인민복 상의를 벗어 부인 리설주에게 맡기고 흰색 속옷 차림으로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북한 기록영화를 보면 김일성은 속옷 차림으로 현지지도 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김정일은 속옷 차림의 현지지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김일성을 모방해 무더위에도 인민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상과 부인한테 상의를 맡기는 현대적 이미지를 연출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 중간에 상의를 벗고 대형 건물배치 계획안과 설계도면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수행한 간부들과 살림집 건설에 동원된 부대 지휘관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하지만 이번은 2년 전과 다른 모습이다. 우선 노동신문은 현지지도 사진을 이례적으로 24장이나 공개했다. 이 가운데서 김 위원장을 찍은 사진 18장 중에서 상의를 입은 사진 5장을 제외한 13장이 속옷 차림이다. 인민에게 속옷 차림으로 현지지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작정한 셈이다.

또한 김정은이 살림집 내부로 들어가 복구건설에 동원된 군 지휘관들에게 "우리 인민군대만이 창조할 수 있는 기적"이라며 기뻐할 때는 사진기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연신 플래쉬를 터뜨리는 장면도 노출되었다.

 

대청리 현지지도한 김정은의 상의는 누가 들고 있었을까?


그런데 리설주가 동행한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상의를 든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상의는 누가 들고 있었을까? 또 김정은의 이런 모습은 누가 연출했을까?

그 답도 노동신문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신문은 대청리 현지지도에는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리일환 당 선전선동부장·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김용수 재정경리부 제1부부장·현송월 부부장, 박창호 황해북도 당위원장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동행한 간부 중에서 사진과 영상 속에 안보이는 유일한 인물이 현송월 부부장이다. 정황을 보면 현송월이 김정은 상의를 들고 있는 장면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동행한 현송월 사진을 찍지도 공개하지도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인 현송월은 지난해 2월 당 부부장으로 승진했는데 그가 해온 역할로 보면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추정된다. 남한에 비유하면 '평양의 탁현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탁현민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현송월 단장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행사와 남북합동공연 내내 '업무상 파트너'였다.

 

북한의 농촌문화주택…주민은 '하모니카집', 선전매체는 '선경(仙境)'

 

▲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농촌작업반 마을에 새로 지은 문화주택 단지. [조선중앙통신 캡처]


24장의 사진 중에는 복구건설이 한창 진행중인 대청리 일대 농촌작업반 마을의 살림집을 드론으로 찍은 공중 사진들도 눈에 띈다.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 "시대적 낙후성과 큰물피해 흔적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규모있게 들어앉아 농촌문화주택의 본보기 답게 체모를 드러냈다"고 묘사했다.

북한은 1960년대 초부터 추진한 농업협동화에 맞춰 농촌취락들을 집단화하고, 김일성의 지시로 이른바 '농촌문화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방 하나에 부엌 하나인 2칸주택을 기본으로 하고, 방 둘 부엌 하나의 3칸주택에는 2세대가 동거하는 형태인데 북한 주민들은 이를 '하모니카집'이라고 부른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새로 짓는) 농장 작업반 마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면서 지난번에 이곳에 왔을 때 만나본 농장원들의 요구대로 살림집을 건설자재 소요량이나 부지 절약 측면을 고려하지 말고 1동 1세대로 지어주라고 지시를 주고 설계안을 비준해 주었는데 그렇게 하기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관영매체들은 주민들이 '하모니카집'이라고 부르는, 새로 짓는 농촌문화주택을 '선경(仙境)'이라고 묘사했다. 김정은 스스로도 "불과 30여일만에 이같은 선경마을의 자태가 드러난 것은 자기 당에 대한 충성심과 자기 인민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지닌 우리 인민군대만이 창조할 수 있는 기적"이라고 칭찬했다.

 

'김일성 배지' 단 단발머리 여성 유튜버 '평양의 은아'

조선중앙TV가 이번 태풍 때부터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현장 생중계를 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태풍피해 실상을 동영상으로 바깥세상에 신속히 전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이다. 북한은 태풍8호(바비)부터 태풍 특보를 편성해 재난방송을 하면서 이례적으로 현장 중계를 했다.

▲ 북한은 '평양의 은아'(맨위)를 운영자로 내세운 'Echo of Truth'(진실의 메아리)라는 유튜브 계정(구독자 3만4천명)도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끈다. [Echo of Truth 화면 캡처]


또한 북한은 가슴에 북한 '김일성 배지'를 단 단발머리 여성 유튜버인 '평양의 은아'를 운영자로 내세운 'Echo of Truth'(진실의 메아리)라는 유튜브 계정(구독자 3만4천명)도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끈다.

'평양의 은아'는 지난 8월 29일 러시아어(영어-조선어 자막)로 게시한 'What Happened in last 10 Days after the Flood hit the DPRK #flood'(홍수가 북한을 강타한 뒤 지난 10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나 #홍수) 동영상을 통해 홍수 피해를 입은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9천 회(9월 14일 기준)를 넘겼다.

또한 9월 12일에는 영어로 게시한 'After the Typhoon Hit--My Life in Pyongyang Series'(태풍이 강타한 뒤 평양의 나의 삶 시리즈) 동영상을 통해 피해복구 활동을 전하며 "올해 8~9월 사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태풍이 조선(북한) 곳곳을 강타해 황폐화되었다. 이에 대한 조선민족(한민족)의 반응을 지켜보자"라고 의미심장한 게시글을 달았다. 이 동영상은 조회수 1만회를 넘었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은 추정되는 'Echo of Truth' 유튜브 계정은 지난 5월부터 '은아의 평양 투어 시리즈'로 알려졌다. 젊은 여성 진행자인 '은아'가 평양의 식료품점이나 놀이공원,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인데, 태풍과 홍수 피해 및 재난복구 호소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김정은, '참신한 선전선동' 제시 이후 달라진 선전선동

김정은은 지난해 3월 제2차 당초급선전일꾼대회에서 이른바 '참신한 선전선동으로 혁명의 전진동력을 배가해 나가자!'라는 전투적 구호를 제시한 바 있다. 조선중앙TV 앵커 리춘희가 지난 수십년간 '북한의 얼굴'이었다면, 이제는 신세대 여성 유튜버를 내세워 '참신한 맞춤형 정치선전'을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재일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최근 "김정은 시대 들어 조선(북한)의 선전, 보도에서는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고있다"며 "그 변화는 대내외 보도의 신속성, 공개성, 객관성, 다양성, 유연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으며 종래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방법과 형식이 대담하게 도입되고 있는 데 있다"고 논평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특히 사진, 동영상, 기사를 통해 최고영도자의 정력적이며 파격적인 대내외 활동과 능란한 영도예술, 뜨거운 인민사랑, 높은 덕성이 언론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안겨온다"고 선전 분야의 변화를 극찬했다.

신문은 구체적으로 "대외용 선전매체들도 여러 개 나와 조선의 실상, 현실을 바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동영상의 적극적인 활용이 은(효과)을 내고 있다"면서 "최근에 남조선, 일본, 중국을 포함하여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평양의 은아'라고 자기 소개를 하는 젊은 보통 여성이 유튜버로 등장하는 사이트다"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조선신보도 여론전, 정보 전개전의 일환으로 10월 10일부터 전자판의 콘텐츠와 운영방법을 일신하게 된다"고 본국(북한)의 변화를 적극 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김기남 잇는 리일환, '북한의 신세대 괴벨스' 될까

▲ 리일환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이 8일 수도당원사단의 평양시궐기대회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선전활동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관장한다. 선전선동부는 인민군을 포함한 모든 조직의 인사권을 가진 조직지도부와 함께 노동당의 핵심 부서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에서 후계자 수업을 했고, 김여정도 선정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은 바 있다.

북한의 선전선동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변화는 북한 지배층에서는 젊은 축에 드는 리일환(60)이 선전선동부장 맡고서부터이다. 국정원은 김정은 일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리일환이 지난해 선전선동부장으로 부임한 뒤로 '평양의 은아'를 내세운 영어 유튜브 채널 통한 코로나19 청정구역 대외선전과 태풍·홍수 피해 시리즈 등 과거와는 다른 '맞춤형 선전'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일환은 8일 수도당원사단의 평양시궐기대회에서 보고를 맡아 선전선동을 지휘했으며 이번 김정은의 은파군 대청리 현지지도에도 동행했다. 그가 '북한의 괴벨스'로 통하는 김기남 전 선전선동 담당 비서를 잇는 '북한의 신세대 괴벨스'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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