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톺아보기] 12. 북한은 왜 재난에 취약할까?

김당 / 기사승인 : 2020-09-21 16: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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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지도·교시가 법제도보다 우선…예방보다 대응 위주 보여주기식
INFORM 보고서, 북한 재난 유형은 '복합재난'(자연재난+사회재난)
북한의 '재난지수' 191개국 중 하위 39위… 수단 등 阿국가들과 동급

태풍 해일로 큰물피해를 입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이 수해현장을 방문해 인민군 동원령을 내린다. 인민군이 재해복구전선에 투입된다. 00일 전투를 벌여 공공시설과 살림집을 복구·건설한다.

복구건설 막판에 김정은 위원장이 재해복구전선을 현지지도 하고 재해복구전투에 동원된 군을 격려한다. 첫 승전보(복구완료)를 올린 지역에서 살림집 새집들이를 대대적으로 한다. 관영매체들이 인민의 '수령복'에 대해 대서특필한다.

 

▲ 김정은 위원장이 9월 11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피해복구건설 현장을 현지지도 하는 가운데 속옷 차림으로 벼이삭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1995년 대홍수 피해는 150억 달러로 세계 50대 자연재해로 기록


이는 자연재해를 입을 때마다 북한 관영매체에서 늘 되풀이해 전하는 보도의 공식 사이클이다. 크고 작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태풍으로 인한 수해는 북한에서 해마다 되풀이 겪는 '연례행사'다. 김정은은 그때마다 군대를 동원해 무너진 살림집을 일으켜 세웠다.

특히 올해의 경우 8월초 집중호우부터 세 차례의 태풍(바비, 마이삭, 하이선) 피해에 이르기까지 재해가 연거푸 겹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도 전례없이 신속하게 재해현장을 찾아 피해실태를 파악해 인민군 동원령은 물론, 평양당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수도당원사단까지 복구건설에 투입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재난에 취약할까? 그리고 왜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일까?

홍윤근 박사(건국대 안보재난안전융합연구소 선임연구원)가 최근 펴낸 〈북한의 재난관리실태와 개선〉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홍 연구원은 국가정보원에서 30년간 북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북한지역 재난관리체계의 개선에 관한 연구'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위 책은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해 출간한 것이다.

북한의 재난 발생의 특징은 사회재난보다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이다. 특히 1995년 대홍수 피해는 약 150억 달러로 세계 50대 자연재해로 기록될 정도로 컸다. 아울러 북한의 재난은 열악한 자연환경과 재해예방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의 부족으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결합해 나타나는 복합 재난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북한, 자연재난 피해손실 GDP 대비 7.4%로 전세계 상위 10위


재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자연재난 발생 현황에 대한 연구·데이터 중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기관과 데이터는 벨기에 루뱅대학 부설 재난역학연구센터(CRED)와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INFORM '위기관리지수(Index of Risk Management)'가 꼽힌다.

 

우선 유엔 산하 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와 루뱅대학 재난역학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북한의 자연재해 사망자 수는 인도, 과테말라, 일본, 중국, 나이지리아, 미국, 파키스탄 다음으로 세계 상위 9위였다. 인도, 중국, 나이지리아, 미국, 파키스탄 같은 인구 대국을 제외하면 북한은 사실상 상위 3위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다.

▲ 2016년 8월 태풍 라이언록과 홍수로 큰물피해를 당한 함경도 일대의 이른바 '북부피해복구전선'에 동원된 군인과 인민들. 북한 관영매체들은 해방 이후 최대의 재앙에도 불구하고 '군민대단결의 위력으로 새로운 영웅신화를 창조했다'고 선전한다. [조선의오늘 캡처]


재난역학연구센터가 집계한 데이터(2007~2016년)에 따르면, 북한의 자연재해 발생 건수는 17건으로, 발생 빈도로 보면 큰물(홍수) 10건, 태풍 5건, 가뭄 2건 순이었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재난 유형 역시 홍수(2007년 610명, 2016년 538명, 2012년 88명)와 태풍(2016년 60명, 2012년 59명)이었다. 대부분 태풍과 홍수가 겹친 경우였다.

또한 재난역학연구센터의 '경제적 손실과 빈곤, 재난 1998~2017'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년 간 GDP 대비 자연재난 피해가 가장 큰 10개국 중 하나로 같은 기간 연간 평균 GDP의 7.4%의 손실을 입었다. 북한 자연재난의 주된 유형으로는 태풍을 꼽았다. 특히 2016년 8월 29~30일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태풍(라이언록)과 홍수로 인한 재해는 북한 내부에서도 해방 이후 최대의 재앙으로 지목된다.

아래의 [표 1]은 루뱅대 재난역학연구센터가 집계한 데이터에 올해 피해 상황을 추가보완한 것이다.

 

[표 1] 북한 자연재난 발생 및 피해현황(2007~2020. 9)

시기

행정구역

재해유형

사망(명)

피해(명)

손실(천$)

2007.8.7~8.25

강원, 황북, 함남

홍수, 하천홍수, 산사태

610

1,170,516

300,000

2007.9.17~9.25

황해도

폭풍, 태풍, 홍수

 

1,549

 

2010.7.27~8.8

흥남, 함남

홍수, 하천홍수

 

17,000

 

2010.8.21

평안도, 자강도, 함남, 황남, 강원도

홍수, 한천홍수

 

38,735

 

2010.9.2

함경도, 황해도, 개성, 강원도, 평남, 평양

태풍, 홍수, 산사태

20

40,000

 

2011.6.23~7.16

황해도, 개성, 함남

홍수, 하천홍수, 산사태

30

21,160

 

2011.7.25~7.28

황해도, 강원도, 개성

홍수, 하천홍수

34

29,933

 

2011.8.7~8.9

황남(해주, 벽성 등), 황북, 개성, 평남

태풍, 홍수

10

6,499

 

2012.4

양강도, 자강도, 강원도, 함경도

가뭄, 식량부족

 

3,000,000

 

2012.7.16~7.29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원산, 안변)

홍수, 하천홍수, 산사태

88

93,089

11,400

2012.8.28~8.30

함경도, 황해도, 강원도, 양강도

태풍, 홍수

59

44,461

 

2013.7.12~7.23

자강도, 평안도, 강원도, 황북, 함남

홍수, 하천홍수, 산사태

51

648,690

 

2015.6~7

황해도, 함남, 평안도, 평양

가뭄

 

18,000,000

 

2015.8.1~8.5

평남(대동, 덕천), 황해도, 함북, 자강도

홍수, 하천홍수

33

3,541

 

2015.8.27

함북(나선)

 

40

11,000

 

2016.7.22~7.24

 

홍수

14

 

 

2016.8.29~9.6

함북

태풍(라이언록), 홍수, 하천홍수

538

600,000

61,000

2016.8.30

함북(무산, 회령)

태풍, 홍수

60

103,865

 

2018.8

황해도

태풍(솔릭)

76

58,000

 

2020.8.5

황해도, 개성, 강원도

홍수, 하천홍수

 

66,720

 

2020.8.27

황남

태풍(바비), 홍수

 

 

 

2020.9.3

함경도(단천, 신포, 홍원, 검덕 등), 강원도

태풍(마이삭), 홍수

 

12,000

 

출처: 〈북한의 재난관리 실태와 개선〉 참조해 2020년 피해를 보완

 

북한의 'INFORM 위기지수' 5.2점으로 191개국 중 하위 39위

'INFORM Risk Index(인폼 위기 지수)'에 따르더라도, 북한의 '위기관리 지수(Index for Risk Management)'는 5.2점으로 전체 조사대상국 191개국 중에서 하위 39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한국의 '위기관리 지수'는 2.1점으로 상위 4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2] 참조).

'인폼 위기 지수'는 유럽위원회 산하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er of European Commission)가 매년 유엔 산하 기구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의 통계를 바탕으로 자연재해나 사회갈등 등 위기 상황에 대한 각 나라의 대처 능력과 인도주의 지원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수화한 것이다. 재난 전문가들에 따르면, INFORM은 인도주의적 위기 및 재난의 위험을 이해하기 위한 최초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글로벌 도구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이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등의 'INFORM 파트너'들을 대신해 작성한다(맨아래 박스 기사 참조).

[표 2] 북한과 한국의 위기재난 지수

▲  [INFORM REPORT 2020 캡처]


〈INFORM REPORT 2020〉에 따르면, 북한의 '위기관리 지수'는 △2017년 5.6점으로 하위 30위 △2018년 5.1점으로 하위 41위 △2019년 4.7점으로 하위 55위 등으로 인도적 위기 및 재난 지수가 나아지는 추세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하위 30위권대로 떨어졌다.

북한의 '인폼 위기∙재난 지수'의 분야별 지수를 살펴보면, 북한은 특히 홍수(7.4점)와 태풍(6.5점), 자원개발 및 고갈(8.4점), 식량안보(9.4점), 재난 시스템(8.5점), 거버넌스(8.5점) 분야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염병(2.8점), 원조 의존성(0.1점), 의료 서비스 이용(0.7점)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한국은 지진(7.3점)과 쓰나미(7.6점), 태풍(8.5점) 분야에서 북한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뭄(0.3점), 사회경제적 취약성(0.4점), 불평등(1.3점), 원조 의존성(0.1점), 건강 조건(0.4점), 5세 미만 영유아(0.2점), 식량안보(1.0점), 사회기반시설(0.9점) 분야에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INFORM의 '글로벌 위기 심각도 지수(Severity Index)'

▲ 재난에 취약한 국가들의 '글로벌 위기 심각도 지수(Severity Index)' 조사결과(2019년 11월) [INFORM REPORT 2020 캡처]


특히 북한은 재난에 취약한 국가들의 '인폼 글로벌 위기 심각도 지수(Severity Index)' 조사결과(2019년 11월)에 따르면, △위기 유형은 '복합 위기(Complex crisis)' △심각도 지수는 4.1점 △위기 심각도의 범주는 '매우 위험(Very High)'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위 [표 3] 참조).

북한과 같은 심각도 지수 4.1점으로 '매우 위험' 군에 해당하는 국가는 나이지리아(Nigeria), 니제르(Niger), 차드(Chad), 카메룬(Cameroon), 수단(Sudan) 등 아프리카 국가들뿐이다. 다만 이들 국가의 위기 유형은 '복합 위기'인 수단을 제외하곤 주로 '종족 분쟁 위기'라는 점이 달랐다.

글로벌 위기 심각도 지수(GCSI)는 인도주의적 위기의 전반적인 심각성을 상시적이고 정기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INFORM 그룹이 개발한 방법론이다. 올해 '인폼 GCSI'는 오는 10월 22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재난관리 기본법 제정했지만 '교시'가 우선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이른바 '정상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북한도 정상국가로서 재난관리를 위한 법과 제도를 갖추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2014년 6월 재난관리 기본법인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을 제정해 국제사회의 보편적 재난관리 4단계 기본개념(예방∙대비∙대응∙복구)을 수용하고 국가비상설재해방지대책위원회 등 재난총괄 및 담당기관을 제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의 미비와 최고지도자의 교시(敎示)나 현지지도가 법보다 우선하는 국가운영체계로 인해 체계적인 예방∙대비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응∙복구에 급급해 북한의 복합재난 유형에 대처하는 데는 미흡한 실정이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월 7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큰물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한 뒤에 자신의 차(렉서스 SUV) 안에서 지시를 하자 당간부들이 받아적고 있다. 김정은의 교시는 통상 당의 방침(결정서)로 하달된다. [노동신문 캡처]


홍윤근 박사는 "북한이 재난관리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을 제정했지만 국정원이 수집해 간행한 〈북한법령집〉에는 시행령이 나온 게 없다"면서 "나름의 내부 규칙은 있겠지만 최고지도자가 현지지도에서 지시하면 이 '교시'를 당간부들이 받아 적어 당의 방침(결정서 형식)으로 하달하고 이것이 법령∙법규보다 우선인 국가운영체계를 감안하면 제도화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북한 당국이 과거에는 신속하게 대응을 안했는데 최근 김정은이 군과 당조직을 활용해 적극 대응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최고지도자가 재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인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 박사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위기 및 재난 관리지수'가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예방과 대비 중심의 재난안전관리가 아니라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대응과 복구에 치중한 재난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난 발생시 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INFORM Risk Index'란?

'INFORM Risk Index(인폼 위기 지수)'는 유엔 협력기구들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협업으로 전세계 191개국의 인도주의적 위기와 재난의 위험을 측정한 지수이다. 인도주의적 위기와 재난의 위험을 이해하기 위한 최초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글로벌 도구로 알려져 있다.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er of European Commission)가 과학∙기술적으로 INFORM을 선도한다. 공동연구센터(JRC)는 유럽연합 정책에 대한 독립적인 과학적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고용하여 연구를 수행한다.

평가기준은 크게 '위험 및 노출(Hazard & Exposure)', 취약성(Vulnerability)', '대응능력 부족(Lack of coping capacity)' 등 3가지로 세부적으로는 홍수 및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 내분과 같은 인적 재해 위험성부터 사회경제적 발전 정도, 외부 지원 의존도, 정부 통치 능력, 국가 보건제도 등 18개 항목으로 나뉜다.

〈INFORM Report〉(연간)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UNOCHA)이 유엔개발지원체제(UNDPA),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유엔환경계획(UNEP) 등의 'INFORM 파트너'들을 대신하여 작성한다. 1991년 12월 유엔 정기총회에서 결의돼 발족된 특별기구인 UNOCHA는 전세계의 재난 상황이나 내전에서 긴급 구호와 정책 제시, 인도주의적인 활동 등을 수행한다.

인폼 보고서는 이 지수를 통해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들이 각 국가별 재난 관리에 대한 객관적인 지원 배분과 인도적 비상 사태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미리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폼 지수는 위기가 어디에서, 왜 일어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는 우리가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사람들의 회복력을 기를 수 있고, 위기가 언제 일어날지 더 잘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NFORM 보고서는 유럽위원회 재난위험관리지식센터(European Commission Disaster Risk Management Knowledge Centre; https://drmkc.jrc.ec.europa.eu/inform-index)에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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