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계열사의 '이상한 갑질'에 무너진 어느 母子의 '소박한 꿈'

이민재 / 기사승인 : 2020-10-16 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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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운영한 임차인 모자(母子) "정문 통제 등 갑질…결국 9월 폐업"
KT에스테이트 "KT전화국 건물로 보안 중요해 통제…갑질은 오해"

어머니와 아들의 '소박한 꿈'이 무너졌다. 어렵사리 카페를 열고 정성스레 손님을 맞았으나 6년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KT 건물에 가게를 차린 게 문제였을까. 건물을 관리하는 KT에스테이트는 영업 방해나 다름없는 '이상한 갑질'을 했다. 

▲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위치한 KT전화국 건물 [네이버 지도 캡처]


카페를 열기까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머니는 갑자기 세상을 뜬 공무원 남편의 자리를 대신해 홀로 외아들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 힘겨운 과정의 결실이 2014년 3월 부산 명륜동 KT건물 1층에 차린 작은 카페였다.

어머니와 아들은 이름 있는 회사의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하게 된 것에 자긍심을 느꼈다. "대기업 KT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안팎으로 최선을 다해, 정성껏 관리했다"고, "부산에서 가장 친절한 서비스와 맛 좋은 커피가 있는 카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자리를 내준 KT측에 보답하는 길은 그저 최선을 다해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KT에스테이트 측은 오후 6시가 되면 정문을 통제하고 화장실로 가는 길을 막았다. 고객의 주차장 이용도 막았다. 우편함조차 만들어주지 않아 직접 경비원을 만나 수령하게 했다. 심지어 편지가 뜯겨 있기 일쑤였다.

고객들은 이 같은 조처에 불편을 느꼈고, 결국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들은 항의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고, 고의적 영업 방해가 이어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영업 방해였다.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당장 카페 장소를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언질을 주지도 않았다.

모자(母子)는 '임대인이, 약자인 임차인 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판단해 텃세를 부리고 갑질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괴롭힘이 심해지자 어머니는 아들 몰래 다달이 10만~20만 원의 '계약 외 돈'을 KT에스테이트 측 직원에게 건넸다. "잘 봐달라"는 의미의 '상납'이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갑질을 감내하며 카페 운영을 이어가려 했으나 2019년 1월 28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KT에스테이트 측은 재계약 기간을 한 달 남겨두고 카페 철거를 통보했다. 2018년 5월 구두로 5년 계약 연장을 약속했음에도 돌연 철거 통보를 해온 것이다.

이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이들은 카페 운영을 이어가는 한편 KT에스테이트를 상대로 권리금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KT의 '이상한 갑질'은 지속됐고, 이들은 결국 영업 방해에 못 이겨 지난 9월 카페를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KT에스테이트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카페의 주 출입문을 통제한 것이 아니라, 외부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통제한 것이어서 고객이 출입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또 화장실 이용 제한에 대해 "주 출입문에서 접근하는 경로를 제한한 것이라 이용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건물이 KT전화국이다 보니 보안 정책이 강하다고도 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화장실 불은 고의로 소등한 것이 아니다. 상시등이 아닌 센서등을 사용하다 보니 누군가 고의로 소등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에스테이트 측 직원이 상납비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직원의 일탈 행위였다"면서 잘못을 인정하면서 "해임 조처를 하려고 했으나 임차인 측이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해 정직 처리했다"고 말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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