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 갔더니 "우린 안해요"…외면받는 서민 보금자리론

이원영 / 기사승인 : 2020-10-15 16: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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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곳 협력사 중 SC제일·대구은행·신한카드서 퇴짜
금융공사 "지난 6월 협약 체결 업무 보는 것 맞다"
서민주택안정 취지로 내세운 금융상품 취지 무색
A 씨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제공하는 보금자리론을 통해 주택담보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주금공이 협약을 통해 이 상품을 취급한다고 소개한 은행 4군데 중 3곳을 찾았는데 허탕만 쳤다. 두 군데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한 군데서는 "내부 방침상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해 아무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보금자리론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서민형 정책금융상품이다. 현재 대출 금리는 연 2.1% 안팎이다. 

최근 서울 은평구에 신축 빌라 구입계약을 체결한 A 씨는 '부부합산연소득 7000만 원 미만, 주택가격 6억 원 미만'의 보금자리론 조건을 충족해 이를 통해 5000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 주금공 홈페이지를 찾았다.

방법은 3가지가 있었다. 주금공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는 u-보금자리론, 대출거래약정 및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아낌e보금자리론, 은행창구에 직접 방문해 신청하는 t-보금자리론이 그것이다.

▲ 은행에 직접 방문해 신청하는 t-보금자리론에 대한 설명. [한국주택금융공사 웹사이트]

인터넷을 통해 대출 신청을 시도했던 A 씨는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워 차라리 직접 은행 창구에 가서 진행하기로 했다. 주금공 홈페이지에는 제휴를 맺은 4개 금융기관(SC제일은행, 신한카드, 대구은행, 제주은행)이 명시되어 있었다. 

A 씨는 14일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SC은행 광화문 지점을 찾았다. 주택분양 계약서 사본을 제출하고, 필요한 서류 목록을 받아 돌아왔다. 그러나 A 씨는 다음날 SC은행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분양 주택이라 등기가 이전되기 전에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부 규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제휴은행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을지로4가에 있는 신한카드를 찾았다. 상담창구 직원은 "보금자리론은 한 적이 없는데…"라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더니 "카드사는 대출업무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빠지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주금공과 제휴에서 빠진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주금공 웹사이트에 협력사로 올라 있더라고 했더니 "빨리 얘기해서 빼라고 해야겠네요"라고 반응했다.

A 씨는 보금자리론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신한카드에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어 다시 을지로 1가에 있는 대구은행 서울본사를 찾았다.

대출 담당자는 보금자리론을 처음 취급하는 듯 어색했다. 상담 중에 선임으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우리가 보금자리론을 다루면 한 단계 걸쳐서 복잡하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 주택 계약을 담당하는 법무사에게 한꺼번에 맡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보금자리론을 진행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다. 담당 직원은 한참 컴퓨터로 확인 과정을 거치더니 겨우 준비가 필요한 서류 리스트를 건넸다.

▲ 보금자리론을 직접 신청하는 곳으로 소개된 4개의 금융기관. [한국주택금융공사]  

A 씨는 이제 겨우 됐구나 싶었다. 그러나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대구은행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보금자리론을 자기들은 직접 취급하지 않으니 주금공을 통해 하라는 것이었다. 창구에서 한참 상담을 하고 준비 서류 리스트까지 받아왔는데 어이가 없었다.

A 씨는 엄연하게 주금공에서 제휴 금융기관으로 제시한 3곳에서 모두 낭패를 본 것이다. 자격이 미달되어 안 된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건 뭔가 주금공과 협력 금융사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 씨는 주금공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관계자는 정확한 경위를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곧바로 답신이 왔다. "다시 확인을 했는데요…그 4군데 금융기관과 우리 주금공과 지난 6월 보금자리론 협무협약을 한 것 확인했고요. 그 업무를 하는 것 맞습니다."

"그래서 난 어쩌라고?" 소시민 A 씨는 거대 금융기관들의 부실하고 형식적인 서비스에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거나 복잡해서 은행 창구에서 보금자리론을 직접 신청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혹시 돈 안되는 상품이라서 웬만하면 취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건가요"라며 "보금자리론 찾다가 보금자리 날아가겠다"고 푸념했다.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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