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코로나 방역 vs 경제 활성화…무엇이 미국의 표심 갈랐나

공완섭 / 기사승인 : 2020-11-06 1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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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재・일방주의 트럼프 신뢰 잃어
'코로나 퇴치 후 경제회복' 바이든 지지
트럼프 경제정책엔 79%가 긍정 평가
위기감 '샤이 트럼프' 대거 투표장으로
이번 미국 대선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선거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투표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아직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방 대법원, 또는 하원이 선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

이같은 초박빙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4년을 경험한 유권자들이 일방적, 충동적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 새로운 리더십을 찾았다. 그러나 대항마로 나선 조 바이든 후보가 반트럼프 유권자를 강하게 끌어 들이지 못해서 벌어진 결과다.

즉, 보다 비전 있고 매력적인 후보가 나섰다면 압승을 했을 거란 얘기다. 트럼프가 싹쓸이했던 경합주 가운데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 일부 주가 바이든 지지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 재확산에다 기업유치와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던 트럼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데 대한 실망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코로나와 경제회복. 경제회복이 급선무라고 보는 이는 트럼프, 코로나 방역이 우선이라고 여기는 유권자들은 바이든을 선택했다.

▲2020년 11월 3일. 미국의 유권자들은 두 갈래 선택길에 놓였다. [셔터스톡]

투표일 실시된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35%), 인종차별(20%), 코로나 팬데믹(17%), 건강보험(11%), 범죄 및 안전(11%) 등이라고 응답했다.

경제 회복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유권자의 81%가 트럼프를 찍었다. 바이든을 선택한 유권자는 고작 17%에 불과했다. 경제회복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밀었다. 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30% 넘는 기록적인 지표를 보여준 것도 '트럼프 경제'에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간 경제 치적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아졌다(41%)고 응답한 그룹의 73%가 트럼프를 선택했다. 나빠졌다(20%)는 응답자들의 74%, 비슷하다(38%)는 응답자의 65%가 바이든을 선택했다. 유권자의 79%가 경제가 좋아졌거나 4년전과 비슷하다며 트럼프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와 팬데믹에 관해서는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잘 다루고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5%에 불과했다. 코로나 방역대책에 관해서는 바이든이 좀 더 대처를 잘 할 것이라고 봤다. 유권자들의 고민은 코로나 팬데믹 해결보다 경제를 먼저 살리자는 트럼프를 선택할 것이냐, 경제회복 보다 코로나 퇴치가 우선이라고 보는 바이든을 택할 것이냐는 것이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51%)이 경제가 망가지더라도 당장 바이러스 퇴치가 급선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들의 80%가 바이든을 선택했다. 그러나 바이러스보다 경제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42%) 유권자들의 76%는 트럼프를 선택했다.

제3의 확산기로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악화돼 가고 있다'는 의견이 '잘 될 거다'는 의견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악화될 거라고 보는 유권자는 바이든을, 잘 하고 있다는 유권자는 트럼프를 찍었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심하거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권자들이 (55%) 많았고, 이들은 대부분 바이든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바이든에겐 코로나가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트럼프를 주로 찍은 유권자들은 65세 이상 저학력 백인 남성들이다.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은 바이든(43%)보다 트럼프(53%)를 선호했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혜택, 낮은 법인세 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가 지난 3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DC의 한 광장에 서 있다. Photo by Leigh Vogel/UPI]

코로나를 계기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더 끌게 된 이슈는 건강보험 문제.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무력화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바이든은 전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오바마케어 복원을 공언한 것이 서민들의 많은 지지를 이끌어 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건강보험과 함께 일자리·조세형평성 유지 등 경제정책에서 중산층의 점수를 땄다. 트럼프가 대기업에 대한 추가 감세, 인프라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기업과 부자 위주 정책을 펴온 데 반해, 바이든은 최저임금 인상, 세제개편, 평등한 교육기회 보장, 건강보험 개혁 등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제시, 중산층의 호응을 받았다.

이를테면 현행 21%인 법인세 최고율을 28%로 높이고,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겐 세금을 더 거둬 10년간 4조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이 먹힌 것이다.

또,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비를 감면해주겠다는 약속도 주효했다. 예컨대, 연소득 12만5000달러 이하의 중저소득층 자녀에겐 2년제 대학 학자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 또 2만5000달러 이하 저소득층에겐 학자금 상환을 면제해 주겠다는 약속도 표를 많이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 큰 변수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보았던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선 대다수 유권자가 중대한 문제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별 문제 아니라고 보는 그룹(26%)의 82%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흑인들의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한 53%는 바이든을, 인종차별이 없이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대답한 40%는 트럼프를 각각 선택했다. 흑인들의 시위가 인종갈등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거꾸로 백인들의 단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한 시민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스퀘어에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깃발을 들고 있다.[Photo by John Angelillo/UPI]

코로나가 돌발변수라면 오랜시간에 걸쳐 경합지역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돌아서게 만든 예견된 변수는 소통의 부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정치'와 톱다운 방식 일처리로 중간 간부들의 의견이 무시됨으로 정책의 신뢰성을 잃어 버렸다.

지나친 감정 표현, 거친 막말 등이 늘 언론의 구설수에 올랐고, 유권자들로부터 자질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6대 주요국 지도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도(16%)가 꼴찌로 드러났다. 푸틴(23%), 시진핑(19%)보다 낮았다.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표심이 바이든으로 돌아섰지만 당초 여론조사보다는 트럼프가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이 이길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와 매체들이 예상했지만 '샤이 트럼프'는 이번에 상당한 결집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국제관계에서도 그의 '거침없는 하이킥'은 계속됐다. 국익우선, 국내기업 보호 명문으로 단박에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고, 중국에 휘둘린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일방적으로 탈퇴 통보를 했다. 좌충우돌 트럼프식 국제관계에 유권자들이 불안해 한다는 걸 눈치 챈 바이든은 차분한 동맹간 공조를 강조함으로써 점수를 땄다. 그는 " 내가 당선되면 그날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할 것"이라고 치고 들어갔다.

주요 미디어들의 바이든 지지선언,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 보도도 선거 판세를 결정짓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지들이 일찌감치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가세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지선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수반으로서도 모자라지만 국가 원수로서는 더욱 모자란다" 라고 평가했다. 잡지는 또 "그는 미국의 가치 수호자, 양심, 대변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영국의 BBC 방송도 투표일 하루 전날 국제 여론조사를 통해 트럼프는 신뢰를 못받는 지도자이며 환경, 이민, 가짜뉴스 생산, 일방적인 무역 정책 등으로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를 떨어뜨린 인물이라고 혹평 한 바 있다.

U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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