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기자회견 기피하는 문재인의 '선택적 침묵'

김당 / 기사승인 : 2020-11-13 1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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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불통' 욕하며 닮은꼴 된 문재인 대통령
직접브리핑 김대중 150∙노무현 150∙이명박 20∙박근혜 5∙문재인 6회
기자회견 공론장 막으면 의혹 쌓이고 '소문' 분출 '악순환'

"(옛날에는) 전화도 없고 이메일도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있어서 어떤 때는 대면보고보다는 전화 한통으로 빨리빨리 해야 될 때가 더 편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면보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지금까지 했던 대면보고를 좀더 늘려 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만 (배석한 장관과 수석들을 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호 호 호~"

 

▲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인 2015년 1월 12일 신년구상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회견에 배석한 장관과 수석들을 보며 "(대면보고)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묻자 장관들이 멋쩍게 웃고 있다. [jtbc 화면 캡처]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월 신년구상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들로부터 좀처럼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다는 지적에 이렇게 반문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소통 부족'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던 터였다. 그는 취임 1년만인 2014년 1월에 첫 기자회견을 했을 정도로 기자회견을 피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에도 그는 여전히 기자들과 '불통'했다. 외려 방귀뀐 놈이 성낸다고 대면보고에 대해 질문한 기자에게 이렇게 면박을 주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만 그렇다고 아시지. 청와대 출입하시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 호홍~."

 

이때만 해도 집권 2년차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한 것은 '대통령의 불통'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국민들 뇌리에 박혔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단박에 신년회견 때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참사 당일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7회 보고했다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대통령은 모두 서면과 유선으로만 보고를 받았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이 사건 발생 7시간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 가서 "(학생들이) 다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따위의 천진난만(?)한 질문밖에 할 게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듬해 겨울 광화문광장을 대낮처럼 밝힌 '촛불'은 이런 '불통 대통령'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성난 민심의 발로였다.

 

'촛불민심'에 올라타 집권한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만 해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소통을 잘할 것처럼 보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국민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하지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던 약속은 얼마 안가 경호의 어려움을 구실로 자진해서 '부도수표' 처리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던 약속은 광화문광장을 막은 차벽의 대명사였던 '명박산성'보다 더 촘촘하게 쌓은 '재인산성'으로 물색없는 지경이 되었다.

 

한국기자협회의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는 김대중 150회, 노무현150회, 이명박 20회, 박근혜 5회, 문재인 6회로 집계된다.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과 기자 간담회를 모두 포함한 이 집계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의 소통 지수는 '낙제점'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으로 임기가 단축되었음을 감안하면 문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공동 꼴찌'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에 "고통받는 국민들 곁에 대통령은 언제나 부재중이었다"면서 "오직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불통 대통령'만 있었을 뿐"이라고 '불통'을 정면 비판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욕하며 닮은꼴이다.

 

급기야 2018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선 한 기자가 대통령의 브리핑 약속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때도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의 방법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또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을 더 늘려가도록 그렇게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서서 브리핑 형태로 주요 현안에 대해 말한 적은 거의 없다. 취임 당일 국무총리 인사 등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이 있는 춘추관을 찾은 이후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등을 포함해 대통령 직접 브리핑은 6번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그 속내를 알 순 없지만,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 횟수와 비교하면 기자회견을 피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대체 왜 문 대통령은 이토록 기자회견을 피하는 것일까? 남은 임기 중에라도 개선될 여지는 있는 것일까?

 

한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물어보니, 대통령의 언론 접촉 빈도가 너무 낮은 점에 대해 기자단의 불만이 크다고 전달했지만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기자는 문 대통령 자신이 기자들과의 대면 접촉보다 소셜미디어(SNS)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더 '실익'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현장 방문' 행사 때 찾은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젊은 직원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실은 청와대 '효자동사진관'의 '이니사진첩' [청와대 홈페이지]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쌍방향 소통인 기자회견과 달리, 소셜미디어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메시지만 전달하는 '선택적 소통'의 도구일 뿐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선한 이미지'를 연출해 감성에 호소하는 이벤트보다, 떠오른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싶어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의도의 선(善)함이 아닌 결과의 선(善)함으로 평가받는 자리이다. 국민들도 '선한 의도가 결코 선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왕정시대도 아닌데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상소문'을 올리는 것도, 유불리한 여론환경에 따라 대응하는 대통령의 '선택적 소통'과 '선별적 침묵'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년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선한 의지'와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현주소는 '23타석 무안타'의 성적표가 말해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가 〈부동산 약탈 국가〉에서 지적한 대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2020. 1. 7),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은 집값이 원상 복귀돼야 한다'(2020. 1. 14) 등의 결연한 의지를 공언했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으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민을 이해시켜야 할 텐데, 오직 의지의 표현만 있을 뿐"이다.

 

특히 지난 7월 새 임대차법 시행이라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후 집값 상승과 전셋값 폭등, 전세 물량 부족 사태 등으로 혼란이 가중돼 부동산 시장은 더 악화되었다. 국민은 '정상이 아닌 부동산'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문제 인식과 해결 의지가 어느 수준인지 알 권리가 있다.

 

궁금한 것이 어디 '미친 부동산' 문제뿐이랴. 미친 척하는 것인지, 진짜 미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천방지축인 추미애 법무장관을 대통령은 언제까지 두고볼 것인지, 국무총리와 여당 예결위원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안되는 배경에는 혹시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 아닌지 등 대통령은 불편하지만 국민들은 알고싶은 현안들이 널려 있다.

 

최근 항소심에서도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에 언급돼 있는,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운영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가 '공모'한 당시 문재인 당대표의 연설을 둘러싼 의혹 등 청와대 출입기자라면 궁금해하는 국민을 대신해 물어볼 게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기피하니 기자들이 질문할 기회와 함께 국민의 알권리도 봉쇄되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미필적 고의'로 이런 '묵비'의 상황을 내심 반기는지 모르지만, 기자회견을 피할수록 질문할 게 쌓이니 그럴수록 기자회견을 기피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강준만 교수는 신간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대선 3개월 전인 2017년 2월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평등한 세상입니다"라고 외쳤던 문재인이 자기진영의 안희정·오거돈·박원순의 피소와 젠더 이슈에는 '선별적 침묵'을 유지한 것에 대해 '침묵은 권력의 최후 무기인가'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탄핵의 물꼬를 튼 것은 세월호 참사와 연관지은 시중의 '정윤회 밀회설' 소문을 담은 칼럼이었다.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기자회견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박근혜의 7시간'에 빗댄 '문재인의 시간' 의혹도 제기되기 십상이다.

 

태국으로 이민간 대통령 딸이 이혼해 귀국했다는 전언부터, 이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아져 대통령의 '혼술' 빈도가 늘었다는 소문까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말은 '사돈네 남말'이 아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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