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김정은 읽기] '골초' 김정은, 과연 금연법 지킬까?

김당 / 기사승인 : 2020-11-24 14: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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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원 "건강에 문제 있다"→문재인 국정원 "문제 없다"
BMI 48 초고도비만(체질량지수 35㎏/㎡ 이상) 심부전 위험 2배
금연법 시행…'골초' 김정은 목에 방울 달기, '백두혈통'은 예외?

"김정은은 건강합니다. 언덕도 오르고, (육중한) 그 몸으로 쪼그려 앉기도 하고. 하지만 모르지, 내가 (올해 나이) 78인데 누가 먼저 땅에 묻힐지는"

 

▲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새로 개발한 신형 지상대해상순항로케트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되었다. [노동신문 캡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월 12일 통일부 출입기자단에 한 의미심장한 말이다. 박 원장은 이날 비보도를 전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묻자 농반 진반으로 이렇게 답했다.

 

이후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도 김정은 건강 상태는 의윈들의 관심사였다. 이날 국정원이 밝힌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살은 좀 쪘지만, 건강에 별다른 이상 동향은 없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2014년에 족근관 증후군으로 발에 물혹이 생겨서 지팡이를 짚고 잘 걸어다니지 못했는데, 수술해 나았다. 현재는 무리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정상보행이 가능하다. 살은 좀 쪘지만 젊은 나이여서 비만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살이 좀 많이 찌긴 쪘다. 2012년 8월경 집권할 때 90kg 정도였다가 매년 6~7Kg씩 쪄서 작년에는 130Kg대, 지금은 한 140Kg대다. 8년간 매년 평균 6~7Kg씩 쪘다."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것처럼, 김정은이 젊은 나이여서 비만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지난 2016년 7월 국회 정보위에서는 "김정은이 2012년 처음 등극했을 때는 몸무게가 90㎏이었는데 2014년 120㎏, 최근에는 130㎏로 추정된다"면서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스트레스와 폭식을 예시하며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군 등의 위협을 체크하고, 신변 위협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 4년(2012~2016년) 사이 폭음, 폭식으로 몸무게가 40㎏ 이상 늘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다."

 

▲ 2018년 8월 원산갈마해안관광단지 건설현장 현지지도에서 부인 리설주와 간부들이 서서 받아적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앉은 채로 한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의 체중 변화의 추이(데이터)는 그대로인데, 그 데이터의 해석이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선 '건강에 문제가 있다'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원에선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1년 전인 지난해 10월 김정은이 백두산에서 백마 탄 군마행군을 했을 때만 해도, 국정원이 정보위에 보고한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김정은 기본신상'에서 이미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었다.

 

당시 국정원은 김정은의 신장 및 체중을 각각 '171cm 내외'와 '140㎏ 내외'로 보고했다. 대한비만학회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나이를 기준으로 한 신체질량지수(BMI) 계산에 따르면 김정은의 BMI는 47.88이다.

 

대한비만학회 기준에 따르면 이는 과체중(23~25)과 비만(25~30)을 넘어 고도비만(30 이상) 중에서도 '30대 남성 상위 100%'에 속하는 '초고도비만'이다. 상위 100%란, 동일 연령대 100명을 기준으로 작은 순을 1번으로 하였을 때 100번째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가정의학 전문의 강용주 원장(아나파의원)은 "비만은 숨찬 증상과 관절통 외에도 당뇨병·고혈압· 심근경색등 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과 담석 담낭질환, 수면 무호흡증 심지어 일부 암등 만성질환 위험인자"라면서 "비만하면 정상체중보다 관상동맥질환 4배, 뇌졸중 6배, 고혈압 12배, 당뇨병 6배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비만은 특히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50% 높이고, 모든 종류의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50% 높인다"면서 "김정은처럼 초고도비만(체질량지수 35㎏/㎡ 이상)의 경우엔 심부전 위험을 2배 증가시키는 등 그 위험성이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쇠약해져 혈액의 공급이 불안정해 생기는 병이다. 심장의 펌프기능이 떨어지면 심장에 들어오는 혈액을 퍼낼 수 없으므로 심장이 커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체액이 연약한 폐조직으로 스며들게 되어 폐부종이 발생하게 되는데, 심부전 상태가 되면 움직일 때 숨찬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 지난 9월 속옷차림으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피해복구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의 손에 담배가 쥐어져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조선중앙TV에 비친 김정은을 보면, 장시간 업무보고서를 읽을 때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높은 곳을 올라갈 때는 숨찬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초고도비만으로 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김정은에게는 가족병력이 있다.

 

정신의학 박사 장경준은 〈김정은의 정신세계〉에서 그의 가계와 성장, 정신병리를 분석해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미래를 7가지 유형으로 예측했는데, 그중 하나는 병사·사고사이다.

 

"김정은의 폭식으로 인한 과다체중은 뇌졸증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장혈관계 질환, 간경화와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지방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김일성의 사인이 심근경색이고, 김정일도 뇌졸증이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도 급성 심장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다."

 

게다가 김정은은 담배를 물고 사는 '골초'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직간접으로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김정은도 과다체중과 흡연으로 인한 위험성을 알기에 한때 금연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14년 6월 당시 김정은 노동당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쑥섬개발사업을 현지지도 하는 가운데 담배를 손에 낀 모습을 공개한 노동신문 1면 기사.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이 공개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2014년 6월초 쑥섬 개발사업을 현지지도 하는 장면이 〈노동신문〉 1면에 실리면서 처음으로 북한 주민에게 널리 알려졌다. 당시 노동당 제1비서이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었던 김정은은 황병서·최태복·최룡해 등 아버지뻘 되는 간부들이 수첩과 펜을 들고 적는 가운데 혼자서 호방하게 웃으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였다.

 

탈북자 출신 전문직업인들은 이런 모습을 최고 권력자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려는 '이미지 정치 수단'으로 읽는다.

 

북한에서 의사였던 최정훈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방송에서 "북한에서 윗사람 앞에서는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문화로 되어 있는데 김정은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고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 앞에서 담배를 막 피우는 것은 권위를 상징하는 정치의 일환이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이후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과 국방과학원의 신형무기 시험발사 현장에서 책상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홍수 피해 현장시찰은 물론 지하철 안에서도 담배를 든 채 이야기하고, 심지어 핵무기 시찰 중에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정은은 2016년 7월 국무위원장 취임 후 첫 공개활동 장소로 학교를 시찰하면서도 담배를 피운 모습을 내비쳤다. 당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의 평양중등학원 현지지도 사진 모음에는 김정은이 담배를 손가락에 낀 채 구내를 둘러보거나 지시를 내리는 장면이 여러 장 나온다.

 

조선중앙TV는 당시 금연 홍보영상물에 여성들을 대거 등장시켜 "아침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아주 건전치 못한 사람으로 보며 주위환경에 아주 불쾌감을 주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금연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 금연 캠페인에서 김정은은 '예외'인 셈이다.

 

▲ 2016년 8월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 발사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개발의 핵심 인물인 리병철(맨앞)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었다. [노동신문 캡처]


2016년 8월에 김정은이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 발사 등으로 핵공격 능력을 과시할 때는 미사일개발의 핵심 인물인 리병철 현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파격적인 장면과 리병철의 초고속 승진, 리설주의 아버지가 공군 장교인 점 등을 근거로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기자(동아일보)는 리병철이 김정은의 장인이라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정원은 '리병철 장인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이를 부인했다.

 

김정은의 과체중과 초고도비만은 공개활동 축소 등 그의 활동 반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공개활동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 영향 탓이 크지만 공개활동 추세와 그의 체중 변화가 서로 반비례함을 알 수 있다.

 

▲ 김정은은 집권 이후 체중이  매년 6~7Kg씩 눌어난 가운데 공개활동 횟수와 몸무게가 반비례함을 알 수 있다.


김정은 현지지도 등 공개활동 횟수를 분석하면, 집권 첫해부터 3년 동안은 67~64회를 유지했으나 △집권 4년째 56회 △집권 6년째 42회 △집권 7년째 28회로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체중은 집권 첫해만 해도 90kg이었으나 △집권 3년째 120㎏ △집권 5년째 130㎏ △집권 8년째 140㎏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북한은 지난 4일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금연법'을 채택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31개 조문으로 구성된 금연법에는 국가 금연정책의 요구에 맞게 담배생산 및 판매, 흡연에 대한 법적,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여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보다 문화위생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모든 기관, 단체, 공민들이 지켜야 할 준칙들이 규제되어 있다.

 

또한 정치사상교양 장소들, 극장, 영화관과 같은 공공장소, 어린이보육교양기관, 교육기관, 의료보건시설, 상업, 급양편의봉사시설, 공공운수수단을 비롯한 흡연금지 장소 및 단위들이 제정되고 흡연질서를 어긴 행위에 대한 해당하는 처벌 내용 등이 밝혀져 있다.

 

▲ 금연클리닉에 해당하는 북한의 금연연구보급소의 금연 포스터 [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법조문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에 구체적인 처벌 내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금연을 솔선수범해 법을 지킬지, 김정은이 흡연질서를 어길 경우 처벌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북한은 지난 5월에 이미 북한 내 공공장소와 건물에서 흡연 금지구역을 확대했으며, 기업소와 주거 구역에도 금연 스티커를 부착하며 흡연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그것이 이번에 법제화된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7월 20일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 현지지도 당시에도 담배를 태웠으며, 이 장면은 전 주민이 보는 조선중앙TV를 통해 송출됐다. 김정은이 참석하는 '1호 행사' 공식 석상에는 항상 담배 재떨이가 놓여 있다고 한다.

 

평양방송은 8일 금연법을 채택한 것과 관련해 그간 진행해온 다양한 금연운동 사업을 소개했다. 특히 금연연구보급소를 언급하면서 "최근 채택된 금연법을 적극 해설 선전하는 것과 함께 그 실행을 위해 흡연금지 장소와 흡연장소들에 게시할 금연마크, 각종 건강 위험정보 그림 등의 인쇄 사업을 연관 단위와의 긴밀한 연계 밑에 다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의 '금연클리닉'에 해당하는 금연연구보급소는 금연 캠페인뿐만 아니라 금연영양알과 금연껌, 금연인단, 니코틴반창고 등 각종 금연보조제를 연구 보급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6월 관영매체에 소개된 금연연구보급소의 활동상이다.

 

"사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은 인체가 니코틴에 중독되어 있고 그 니코틴이 중추신경을 자극시켜 니코틴을 계속 요구하게 하기 때문이다…금연연구보급소를 즐겨찾는 사람들 가운데는 담배를 끊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뇌혈전, 고혈압, 동맥경화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금연영양알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 북한 관영매체들은 뇌혈전, 고혈압, 동맥경화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금연영양알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정작 금연보조제가 필요한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조선의오늘 캡처]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정작 뇌혈전, 고혈압, 동맥경화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금연영양알이 필요한 장본인은 김정은이다. 문제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과 '백두혈통' 숭배에 비추어 부인 리설주 말고는 김정은에게 금연을 강권할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 4일 금연법이 통과된 이후 〈노동신문〉에 실린 금연 캠페인 기사는 24일 현재 단 1건뿐이다. 그것도 자체 기사가 아니고 조선중앙통신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흡연피해'(11. 12) 기사를 전재한 것이다. '80일전투'를 독려하는 기사가 수백 건이 넘는 것과 대비된다.

 

이 기사조차도 "의사들과 전문가들은 신형코로나비루스(코로나19)가 주로 기도와 폐를 통해 침입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악성전염병에 걸릴 위험성이 크다고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이 기회에 담배를 끊을 것을 호소하고 있다"는 식으로 금연을 통한 코로나19 예방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북한이 금연법을 채택한 배경이 주민건강 증진뿐 아니라 코로나19 방역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상황에선 관영매체들도 흡연을 비판하는 데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지만 북한에서 '백두혈통'은 예외인 셈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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