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재개 예정 공매도…개미들에겐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이유

박일경 / 기사승인 : 2021-01-13 18: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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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예고…일정대로 추진
개미 피땀 '큰손 놀이터'…제도 완성도 의구심
"법안 심사서 누락된 '공매도 금지 사유' 많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를 예정대로 오는 3월 15일 종료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맘껏 뛰놀던 주식시장에 공매도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다시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 시 위험을 회피하고,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개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기관투자자 등 '큰손'들이 공매도를 이용해 주가를 더 끌어내리며 막대한 차익을 예비하는 동안 개미들은 속수무책이다. 개미들에게 불공정한 제도의 상징이 돼 오랜 세월 폐지 청원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금융위가 개미들의 공매도 기회를 넓히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했다고는 하지만 시늉에 그쳐 기울어진 운동장 트라우마를 치유하기엔 턱없다. 큰손들이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 공매도 주문부터 내는 '불법 공매도'의 위험도 여전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의 공매도 제도는 불법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란 보유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해 증권회사에서 '주식을 빌려'(대차) 판 뒤 나중에 되사서 갚는 매매 기법을 말한다. 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면 할수록 차익이 커진다.

▲ 공매도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2019년 2월 14일 경실련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무차입공매도 관련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증거가 없다고?

개미들은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고 생각한다. 주가 하락 때 하락폭을 더 키운다는 까닭에서다. 이런 의심에 대해 금융위 사람들은 "그런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한다. 업틱룰(up tick rule)이 있어 주가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매도 주문을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틱룰이란 공매도를 할 경우 매도 주문가격을 직전 체결가보다는 높게 하도록 하는 룰이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그러나 원론적인 주장일 뿐이다. 직전 체결가 바로 위 가격에 공매도 물량이 대거 쌓이면 하락 공포감으로 개미들이 투매를 하게 되고 결국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공매도가 사실상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이다.

개미들의 공매도 폐지 숙원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위험관리 용도로 활용하는 등 정상적 활용 측면이 많다. 일부 악용 가능성때문에 제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3월 재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문제는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원회 의결 사항"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 UPI뉴스 자료사진

外人·기관 67조 vs 개미 230억…아예 상대 안 돼

개미들 역시 자유롭게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다면 불공정 논란은 수그러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극심한 비대칭, 불균형이다. 한국증권금융에 의하면 작년 한해 외국인·기관이 공매도에 이용하는 대차시장 규모는 약 67조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사용하는 대주시장 규모는 230억 원에 불과하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신용도 파악이 쉬운 기관 투자자는 한국예탁결제원 등에서 대차거래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 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주 방식으로 공매도를 해야 한다. 당국은 개인이 공매도에 활용 가능한 대여 주식 규모를 앞으로 1조4000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나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개선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매도 재개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이제 한 가지 대안이 나온 셈이다.

금융위는 하위규정 개정 등 후속 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거래소와 함께 불법 공매도 적발기법 개발과 감시 인프라를 확충할 예정이다. 나아가 대주 취급 증권사가 종목별 대주 가능 수량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통합거래 시스템 '한국형 K-대주시스템'을 증권금융이 구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U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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