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때려 골절상 입힌 10대 '정당방위', 무슨 사연?

조채원 / 기사승인 : 2021-02-24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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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남성과 난투극을 벌이다가 골절상을 입힌 10대 남학생의 '정당방위'를 인정한 중국 법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해당 판결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유교적 관념과 사회주의적 평등 사상이 혼재한 중국사회의 가치관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사건 당시 황 씨와 탕 씨의 모습. 파란색 가방을 맨 사람이 황 씨. [베이징완바오 캡처]

베이징완바오(北京晚报) 등 중국 매체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2019년 12월 광저우(广州) 시에서 벌어졌다. 당시 전문대에 재학 중이던 황 씨(19)는 자전거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탕 씨(60)가 침을 뱉었고 그 침을 황 씨가 맞고 말았다. 황 씨는 탕 씨를 가로막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탕 씨는 '새파랗게 어린' 황 씨에게 사과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 거절했다.

화가 난 황 씨는 자신에게 묻은 침을 탕 씨의 몸에 닦아냈다.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침을 뱉다가 급기야 탕 씨가 황 씨의 얼굴을 때리기에 이르렀다. 이어 두 사람은 난투극을 벌이게 됐는데 황 씨는 왼손을 물려 피부가 약간 찢어지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반면 탕 씨는 왼쪽 다리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황 씨는 '고의상해 혐의'로 지난해 8월 법원에 기소됐다. 일부러 황 씨에게 침을 뱉은 것도 아닌데 시비가 붙어 부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씨는 "탕 씨가 사과를 거절했고 먼저 때렸기에 맞선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 몸싸움을 벌이는 황 씨와 탕 씨 [베이징완바오 캡처]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지난 22일, 리완(荔湾)구 인민법원은 황 씨의 행동이 정당방위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길거리에 침을 뱉고 사과를 거부한 것은 탕 씨의 잘못이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사건의 원인이 탕 씨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탕 씨가 먼저 황 씨의 얼굴을 때려 몸싸움이 격화했다. 하지만 탕 씨가 쓰러진 다음에는 황 씨가 폭행을 멈췄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황 씨는 민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누리꾼들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고 탕 씨를 비난하는 분위기다.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이 잘못해도 무조건 참아야 하나.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공명정대한 판결로 부도덕한 사람을 응징했다. 판사님 최고!" 등의 댓글이 많은 찬성표를 받았다. 다른 누리꾼은 "나도 60대다. 우리 사회는 인권의 평등을 추구하면서도 노인을 공경해왔는데 이런 사람들이 노인을 존중하는 문화를 오히려 망치는 주범이다. 노인들은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 규모와 걸맞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공공질서와 국가이미지를 해치는 '비문명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베이징 시는 '베이징시문명행위촉진조례'애 따라 29가지 비문명행위에 대해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시가 규정한 비문명적행위는 크게 공공위생, 공공 질서, 교통 질서, 집단 거주지 생활, 여행, 인터넷 통신 등 6가지로 분류되는데 '공공장소에서 침 뱉기' 역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비문명적 행위에 포함된다.

U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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