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의사당 난입'으로 트럼프 '정치 비즈니스' 망했다

공완섭 / 기사승인 : 2021-01-10 08: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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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산 없는 외톨이 전락
탄핵 피해도 법정에 설 수도
각종 소송 줄줄이 이어질 듯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미국 연방의사당 건물에 난입하는 폭력사태가 벌어진 다음날인 지난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평화적인 정권이양을 하겠다"고 밝혔다. 개표 결과가 드러났음에도 패배를 인정하기는커녕 "불법선거로 선거가 도둑 맞았다"는 주장을 펴왔던 그가 이날 전격적으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폭력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건은 미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잔뜩 긴장된 표정,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 그의 성명에 박수를 보낸 미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기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Pool Photo by Shawn Thew/UPI]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몽땅 잃었다. 사건 전까지만 해도 퇴임하는 그에게는 몇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그 첫번째는 차기(2024년)를 노리고 정치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사건 당일까지만 해도 그는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정치적 행보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태에 향후 정치활동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두 번째는 미디어 분야에 뛰어드는 길. 기존 매체와 손잡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든, 새로운 매체를 설립하든, 그는 대중의 시선을 끄는 일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세 번째는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정계를 떠나 사업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어느 쪽이든 그의 운명은 극히 불투명해졌다. 정치 활동은 고사하고 임기를 며칠 남겨 두고 하야 하거나, 탄핵을 당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연방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에서도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비극이 연출될 수도 있다.

앞으로 2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은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의 손에 달렸다. 펠로시 의장은 7일 시위대 난동 책임을 물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행정부가 대통령의 해임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를 겨냥해 "집무실에 계속 있으면 안 되는 위험한 인물"이라며 정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탄핵 하겠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도 더 재임하면 안 된다" 며 수정헌법 25조의 즉각 발동을 촉구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중대한 범죄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토록 하는 조항. 만약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상・하원 3분의 2이상 의결로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현재 이 제안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애덤 킨징어 의원 등 100여명이 동의하고 있으며 숫자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직무정지든 탄핵이든 임기가 10여일 밖에 남지 않아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퇴임 후 가장 먼저 받게 될 메시지는 연방검찰청의 소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은 "사건 관련자 모두 수사대상" 이라며 대통령도 기소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자는 이번 사태를 '내란음모'로 간주, 책임자와 배후 조종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전직 대통령이 기소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는 매우 비관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중도보수 지지자들의 이반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임기를 불과 10여일 남겨 두고 측근 참모들도 줄줄이 떠나고 있다. 일레인 차오 노동부장관과 벳시 디보스 교육부장관,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 스태파니 그리셤 대통령 부인 비서실장 등이 잇따라 사표를 냈다. CBNC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은 수정헌법 25조 발동 여부를 트럼프 몰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몰하는 배에선 빨리 뛰어내리는 게 상책이라고 여겼을 법하다.

사실상 단기 필마의 패장 신세로 전락한 그에게 정치적 자산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오죽하면 공화당 출신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이건 민주주의 후진국인 바나나 리퍼블릭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며 탄식했을까.  

영국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퇴임 후 정치 행보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니키 해일리 전 유엔대사, 마르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 등 잠룡들과 경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디어 산업 진출 시나리오는 희망적인가. 그의 미디어 진입 가능성에 먼저 찬물을 끼얹은 건 소셜미디어들이다. 주요 소통 수단으로 사용해온 트위터는 트럼프 계좌를 영구 폐쇄시켰다. 페이스북, 스냅챗 등도 계정을 일시 중단시켰다. 의사당 난입사태 등에 사용한 점 등을 의식한 조치이고 보면, 소셜미디어들이 의회보다 먼저 그를 탄핵한 셈이다.

그간 트럼프를 적극 지지해온 원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나 뉴스맥스와 일할 가능성은 있다. 트위터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설립도 그의 선택안 가운데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나서면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사업상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선거 직전 섹스 스캔들 관련 두 명의 여성에게 합의금 조로 지급했던 돈과 관련, 맨해튼 검찰청이 수사해온 사건과 2005년 방송 진행시 발생한 또다른 두 명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관련 소송이 그것이다. 뉴욕주 검찰청과 연방 검찰청이 제기한 은행 대출 비리, 세금포탈, 개인의 연방소득세 탈루 혐의도 피할 수 없다.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또 하나는 자금난. 부동산, 여행, 레저업종이 그의 주력사업인데 모두 코로나 때문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포브스가 지난해 9월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가치는 25억달러. 전년에 비해 6억 달러나 줄어 들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회사 빚에 대해 4억2100만달러의 개인보증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분명한 건 그는 늘 카메라 세례를 받는 곳에 서고 싶어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의사당 난입 사태로 이어진 그의 무모한 정치실험은 미국의 민주주의에만 타격을 준 게 아니라 끝내 자신을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U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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