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코로나로 알바 잃은 美여대생들 '슈가대디 원조교제' 내몰려

공완섭 / 기사승인 : 2021-03-16 10: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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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렌트, 빚 상환 부담 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영업 '호황'
전문가들 "인신매매 등 위험" 경고
시카고 컬럼비아 칼리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제인 스미스(가명). 그는 요즘 공부를 해야 하는 낮보다 밤에 더 바쁘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교내 파트타임 일자리를 잃었고, 아파트 렌트와 카드대금, 빚을 갚으려면 밤에 아르바이트를 더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 수입원은 누드 사진이나 비디오 판매. 갈수록 고객들의 성적 취향이 고약해지고 있지만 맞춰 줄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고는 그 시장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 노골적으로 사귀자며 접근하는 이른바 '슈가 대디(Sugar daddy)'의 잠자리 요구도 거절하지 않는다.

이 학교 교지 '컬럼비아 클로니클'은 지난달 스미스를 비롯해 여러 명의 '슈가 베이비'들을 인터뷰, 그간 암암리에 알려져온 '슈가 대디'(또는 마미·Mommy)와 '슈가 베이비' 교내 실태를 폭로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슈가 대디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돈으로 성을 매수하려는 중장년층, 슈가 베이비는 당장 집세나 카드 빚 등을 갚기 위해 성매매도 서슴지 않는 가난한 젊은이들이다. 미국판 '원조 교제'인 셈이다.

음악 전공 대학 1학년생 메리 존스는 두 번째 슈가 대디를 찾고 있다. 첫 번째 만난 슈가 대디가 약속을 어기고 돈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리가 이용하는 사이트는 '슈가 대디 미트'(Sugar Daddy Meet). 메리는 팬데믹 이전까지만해도 레스토랑 두 군데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빚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식료품점에서 일을 했으나 벌이가 시원치 않자 슈가 대디를 찾게 된 것. 메리는 데이트만 하는 데는 150달러(약 16만5000원), 성관계를 하는 데는 300달러(33만 원)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시카고예술대를 졸업한 동성애자 존 도. 그는 기숙사 시절부터 동성연애자 전용 바에서 일했으나 팬데믹으로 문을 닫자 회원제 온라인 클럽을 통해 동성애자 슈가 대디를 찾고 있다.

클로니클에 따르면 이처럼 낮에는 강의실에서 책과 씨름을 하는 풀타임 학생으로, 밤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슈가 대디를 찾아 다니는 파트타임 불나방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이른바 '주독야성' 슈가 베이비들이 코로나 이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 '건전한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라고 홍보하고 있는 '시킹 어레인지먼트(seeking Arrangement)' 웹사이트

이 같은 추세는 팬데믹과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팬데믹 선언이 나온 지 2주일 만인 지난해 4월 초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시킹 어레인지먼트(Seeking Arrangement. 이하 SA)는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74%나 늘었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주 같은 경우는 86%나 된다.

이 같은 증가세는 꾸준히 이어져 팬데믹이 한창인 지난해 10월에도 뉴멕시코주 신규 가입자 숫자가 1년 전에 비해 72.5%나 늘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자가격리, 온라인 근무 등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슈가 대디 사업이 번창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성적 욕구를 위해 만남을 원하는 건 아니라는 게 사이트 측의 설명. 보스턴에 사는 사라 스트리테는 멘토십 관계를 맺고 있는 슈가 대디로부터 전문 재무컨설팅을 받아 직장 내에서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녀와 슈가 대디와의 관계는 섹스를 제공하고 돈이나 값비싼 선물을 받는 통상적인 슈가 대디와 베이비 간의 관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은근슬쩍 영업을 해 오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들도 공개적이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SA는 최근 타이거 우즈의 전 여친 레이첼 우치텔을 홍보담당으로 영입했다. 우즈와의 염문 때문에 숨어 살아야 했던 지난 10년 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법학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우치텔은 "이런 식의 만남을 터부시할 게 아니라 여성들이 보살핌과 사랑을 받는 새로운 방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SA는 이미 페이스북이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컸다. 전 세계 가입자는 2200여만 명. 데이트 사이트 시장의 절대 강자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팬데믹으로 절망에 빠진 학생들의 구제에 있다고 강변한다. 코로나가 세상을 바꿔 놓았는데, 특히 벌이가 마땅찮은 학생들이 가장 힘든 상황에 처해 있고 이들에게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 사이트가 밝힌 슈가 베이비(학생) 숫자는 놀랍다. 지난 1월 현재 세계적으로 452만여 명. 국가별로는 미국이 312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3.94%, 영국 51만 3000명으로 2.6%가 각각 늘었다. 캐나다는 35만1800명으로 2.87%, 호주는 18만9400명으로 2.20%가 늘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 학생들은 순위에 없다.

슈가 대디(또는 마미)는 어떤 사람들일까. 평균 나이 42세, 연평균 수입이 25만 달러(2억7500만 원)다. 사업가가 가장 많고, 엔지니어, 예술가, 의료 종사자, 정보기술직, 법률가 등 순이다.

슈가 베이비의 평균 나이는 24세. 한 달 평균 2400달러(264만 원)를 번다. 직업은 학생이 가장 많고, 자영업, 웨이트리스, 메이크업아티스트, 기업 간부, 간호사, 교사 순. 절대 다수인 학생들의 전공을 보면 비즈니스, 심리학, 간호학, 생물학, 엔지니어링, 교육학 순이다.

슈가 베이비의 증가가 어느 사회든 달가울 리 없다. 조지아주 경찰은 이런 관계가 인신매매나 금품갈취 등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자 지난달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슈가 베이비가 많은 말레이시아는 '슈가북스' 등 일부 사이트 영업을 금지시켰다. 상위 5개 대학의 슈가 베이비 숫자가 수천 명씩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방편이라고 하지만 자칫하면 인신매매나 조직범죄, 매춘의 소굴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성 거래는 팬데믹 상황이나 온라인의 발달 등이 정당화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반응이다.

슈가 베이비가 많은 학교로 유명한 조지아주립대 저레이 마지크 학생처장은 슈가 베이비가 된다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대담에 나선 뉴욕포스트 가브리엘 폰루지 특파원은 "멘토링이나 네트워킹 등의 명목을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반드시 성적 요소가 숨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나중엔 매춘의 길로 빠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당장의 필요에 의해 시작했더라도 '슈가링'이 긍극적으로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걸 학생들은 안다. 다른 수입원이 생기면 가지 않을 길이란 점도 잘 안다. 슈가링은 결코 뒤끝까지 달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학생들, 젊은이들이 팬데믹의 희생양이 되지 않게 하려면 본인의 노력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나 학교가 나서 학비감면이나 렌트, 이자상환유예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진다.

<국가별 슈가 베이비 학생수>
국가 2021년(천명) 2020년(천명) 증가율(%)
미국 3126 3008 3.94
캐나다 352 342 2.87
영국 513 500 2.6
호주 189 185 2.2
아일랜드 24 24 1.82
자료: Seeking Arrangement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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