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무풍지대, 재벌 저택…루소가 본 대한민국

류순열 / 기사승인 : 2021-05-05 15: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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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공기나 강물이 누구의 소유일 수 없듯 땅도 마찬가지였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연의 질서가 깨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인류 A가 땅에 울타리를 치고는 "이 땅은 내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B도, C도 따라 했다. 인류는 울타리를 친 자와 치지 못한 자로 나뉘었다.

울타리 친 자들은 뭉쳤다. 법과 제도를 만들어 울타리를 굳히고, 유지했다. 그렇게 탄생한 법과 제도는 약자에게는 새로운 구속을, 부자에게는 새로운 힘을 부여해 자연적 자유를 영원히 파괴하고, 소유와 불평등을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갈파한 '인간 불평등의 기원'이다.

지금 루소가 환생한다면 단연코 대한민국 서울을 주목할 것이다. 서울은 울타리 친 자와 치지 못한 자의 세상이 극명하게 갈린 지구촌 최악의 양극화 도시다. 그 중심에 '미친 집값'의 상징, 아파트가 있다. 욕망은 아파트로 질주하고, '미친 집값'은 다시 욕망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 중이다. 무주택 서민은 그 무한루프 밖으로 내쳐졌다. 그 울타리가 너무 높아 그들에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절망만 가득하다.

탐욕을 탓할 수는 없다. 탐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오직 문제는 유한한 자원인 땅을 탐욕의 수단, 투기의 대상으로 삼도록 부추긴 정부 정책이다.

"부동산 만큼은 자신 있다"는 공언이 무색하게도 문재인 정권은 너무 느슨하고 무능했다. 설상가상 국민을 속였다. "사는 집 말고 파시라"더니 어처구니없게도 임대사업자(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몰아줘 아파트 투기에 불을 질렀다. 그 결과가 '미친 집값'이다.

신뢰가 무너진 정책은 약발이 떨어진지 오래다. 울타리가 가장 높고 넓은 곳 서울 한남동 재벌가는 아예 정책 무풍지대다. 최근 UPI뉴스의 탐사보도 <재벌가 남산캐슬은 공사중> 은 딴판인 세상, 또 다른 서울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들의 저택은 수백평이 기본인데, 더 넓게 확장하거나 신축하느라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어느 회장님은 여전히 한동네에 저택 다섯 채를 보유중이고, 따님은 연면적 1600평인 대저택을 신축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영토 확장'만이 아니다. 저택을 회사에 팔았다가 헐값에 되사 배임·횡령이 의심되는 사례도, 1300억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중인 회장님의 저택에 해당 회사가 120억 근저당권을 설정해 세무당국의 압류를 막으려는 꼼수 정황도 포착됐다. 재벌가 '남산캐슬'은 루소가 갈파한 소유와 불평등의 최정점이었다.

불평등이 극심하다고 해서 루소의 외침처럼 문명과 부를 거부하고 자연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부자들이 더 넓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을 두고 시시비비할 일도 아니다. 주목할 것은 유한한 자원의 쏠림과 남용을 막는 의지와 실천이 있느냐다. 과거 군부독재 정권의 연장인 노태우 정부도 토지공개념을 법제화하고,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는 강제 매각케 하는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촛불혁명 정부'라면서 지난 4년 문재인 정부에선 이에 견줄 과감한 개혁은 시도조차 없었다. 국민은 대권에다 의회권력,지방권력까지 몽땅 몰아줬는데도 왜 그 모양인지, 한심하고 참담한 일이다.

그리하여 지금 대한민국, 적어도 수도권에선 "열심히 일해서 대출받아 집 사고 결혼하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이재명 경기지사)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나의 미래가 결정되는, 신분제나 다름없는 '세습자본주의' 사회로 깊숙이 진입했다.

그런 사회의 무주택 서민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 울타리밖 벼랑끝서 절규하거나 절망할 뿐이다.

▲ 류순열 편집국장

U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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