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아파트값, 내년부터 꺾여 20~30년 장기 하락할 것"

류순열 / 기사승인 : 2021-07-11 10: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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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경제수석으로 토지공개념 법제화한 박승
與대선주자 이낙연의 토지공개념 공약에 "적극 찬성"
이념 논란엔 "노태우정부가 사회주의 정부였나. 허허"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땅과 집은 빈부를 가르는 기준이요, 장벽이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 지금이 최악이다. 서울 집값은 역사상 가장 비싼 상태다. 올 1분기 기준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 비율(PIR)은 17.4 배(한국은행 통계)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17.4년 동안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소득 중간 정도(3분위)의 가구가 중간 정도의 아파트를 살 때 얘기다. 대다수 월급쟁이가 자력으로 집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음을 알리는 절망의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서민의 내집마련의 꿈은 이제 '이생망'의 절망으로 바뀌어 버렸다.

여권 대선주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토지공개념 법제화를 들고나온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 다음날인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토지이득을 소수가 독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다"며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는 공공재(公共財)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가 토지소유권에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하자는 개념이다. 헌법(122조)도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제화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이념 논란이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국민의힘 계열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은 언제나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정권의 방향이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 내용"(2018년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이라는 식이다.

더욱이 과거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토지초과이득세법)은 위헌(택지소유상한제법)이나 헌법불합치(토지초과이득세법) 판정을 받고 사라지거나 흐지부지(개발이익환수법)됐다.

재미있는 건 토지공개념을 처음 도입해 법제화한 정부가 노태우 정부라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의 뿌리인 민주정의당(민정당), 민주자유당(민자당) 집권 시절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과감하게 밀어붙인 정책이 토지공개념이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토지공개념을 법제화한 박승(85) 전 한국은행 총재는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에서 "부동산값 상승이 국민생활 빈곤화의 근본원인이라는 생각에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대통령에게 누차 말씀드렸다"고 회고했다.

이낙연의 토지공개념 법제화는 과거 보수정권 실패를 딛고, 논란을 뛰어넘어 성공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박승 전 총재에게 물었다.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노태우 정부 시절 경제수석으로 토지공개념 법제화를 주도했다. [뉴시스]


– 여권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토지공개념 법제화를 공약했다

" 적극 찬성이다.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동산으로 이익을 얻고 그걸로 세력을 만드는 시대는 지나야지. 부동산은 모든 사람들이 같이 사는데 활용되도록 해야지. 헌법에도 공공목적에 적합하게 쓰도록 되어 있지 않나. 토지란 재생산이 불가능한 유한한 자원인데 누군가 독점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나."

 노태우 정부 토지공개념 3법은 위헌 결정 등으로 실패하지 않았나

" 과거에 위헌이 났다고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시대가 달라졌고 위헌 소지를 없애 법제화하면 된다. 애초 나는 개발이익환수제는 찬성했으나 택지상한제와 토초세는 반대했다. 위헌소지가 있었다. 시장경제질서와 상충된다고 봤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택지소유상한제의 경우 몇평 이상 차지하면 굉장히 무거운 세금을 물려서 그 이상을 못갖도록 했는데, 정원이 넓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팔지도 못하고 고통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라든가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에 대해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제 같은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

이낙연 전 대표도 "택지소유상한법은 면적 제한을 구법(舊法)의 2배, 5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에는 3배까지 상향하고, 택지소유의 경위나 그 목적에 따라 처분·이용·개발의무 부과시점과 초과소유부담금을 다르게 규정해 당시 위헌 판단 받았던 부분들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과거 위헌 시비에 대해선 "그것은 토지공개념에 대한 게 아니라 입법 기술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조항을 조정해서 위헌소지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 정책인가

"토지공개념을 처음 도입해 법제화한 게 노태우 정부다. 그럼 노태우 정부가 사회주의 정부라는 얘긴가. 노태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인가. 허허허. 노 대통령은 보수적 군인이었지만 민생에 필요하다는 개혁엔 적극적었다. 토지가 특정세력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어 지가를 올리고 빈부격차를 키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노태우 대통령도 강하게 주장하셨다. "

 토지공개념은 왜 필요한가

" 두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것이다. 천부적으로 모든 이들이 함께 이용하라고 하늘이 내려준 자산이다. 따라서 투기나 특정인의 치부 대상이 되면 안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 토지는 시장경제 개념에서 일반상품과 다르게 취급한다.

두번째, 한국사회 불평등의 근본원인이 토지에 있다는 점이다. 1989년 법제화 당시 조사해보니 소득 상위 5%가 전체 토지의 65%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는데 토지는 3000배 이상 올랐다. 소수의 계층이 재미를 본 것이고, 전체적으로는 내집 마련이 어려워 불행을 겪은 것이다. 불평등의 근본원인, 최대요인이 토지다."

–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어떤가

" 근원적 불평등 요인인 토지를 투기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정책이다. 오히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경제의 건전성과 균형성을 강화하는 보호막이라고 봐야 한다. 이 걸 사회주의라며 문제삼는 이들에게 그렇다면 땅투기는 해도 좋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에 "부동산 중심사회에서 벗어나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쓰셨다. 부동산 중심사회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넓은 땅과 큰 집을 차지하려 하기 때문에 땅과 집이 부족하게 되고 땅값, 집값이 오르게 된다. 이는 생산소득이 아니고 후세들의 부담으로 이뤄지는 비생산적 소득인 만큼 오를수록 삶의 질은 나빠진다. 부동산 중심사회에 머물러 있는 한 어떤 경제성장에도 삶의 질 선진화는 기대할 수 없다."

 서울집값은 역사상 제일 비싼 상태다. 부동산 투기는 후손들 소득을 빼앗는 짓이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 부동산 투기는 당연히 후손들 소득을 빼앗는 짓이다. 투기로 집값, 땅값 올려놓는 건 미래 세대의 꿈을, 희망을 빼앗는 거다. 제로금리에 유동성이 무한정 팽창하다보니 불가피하게 집값, 땅값이 오른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이라고 본다. 한국이 유일하게 부동산 중심국으로 남아 있는데 이번에 그게 끝날 것으로 본다. "

 지금도 서울 아파트값은 오르는 중이다

" 새 시장(오세훈 서울시장) 들어 재건축 부추기고 GTX(수도권광역 급행철도노선) 따라 들썩이면서 잠정적으로 오르는 거지 추세적으로는 이미 끝난 것이다. 내년부터 하향 안정으로 갈 텐데, 그게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 장기 하락 안정으로 갈거라는게 내 판단이다."

 왜 그렇게 보시나

" 3기 신도시, 이거 엄청난 규모다. 올해 하반기부터 분양이 시작되면서 여기서 한번 꺾인다. 이어 금리다. 올해 한번 내지 두번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다. 올해안에 두 번은 올려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미국도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올릴 것이다. 대세가 금리상승쪽이다.

그러면 지금 제로금리가 2,3년뒤 2∼3% 되어 있을 것이다. 집값이 어떻게 되겠나. 가계부채 문제가 부상하고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지방에 막 지은 건 분양이 안돼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세번째가 더 큰 문제다. 10년 뒤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일본처럼. 일본 집값은 작년 올해 올랐지만 20년 전보다 떨어져 있다. 인구 때문이다. 도쿄 인근 일부 신도시는 빈집이 30%다. 30평 아파트가 우리돈으로 2천, 3천만 원이다."

'깡통전세'란 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상황을 일컫는다. 통상적으로는 주택 담보 대출 금액과 전세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어서면 깡통 전세로 본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인상 시그널은 켰지만 대선정국에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외부압력이 심할 것 같은데

"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금리 올리기를 바랄 것이다. 재정도 확대, 금융도 확대로 가면 곤란하다. 지금은 재정은 확대, 금융은 긴축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 박승 전 총재는

스스로 지은 호가 푸른벼 '청도'(靑稻)다. 두 글자엔 박 전 총재의 인생이 함축돼 있다. 어린 시절의 가난과 주경야독의 고단함이, 그 기억들이 거기에 있다. 경제학을 공부해 강단에 서고 나랏일을 하게 되는 인생 항로의 출발점도 거기다.

박 전 총재는 어린 시절부터 농사를 지었다. '청도'는 아련한 그 시절의 기억으로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논바닥의 흙냄새와 농부들의 땀냄새, 거기에 더해진 푸른 벼 냄새는 그에게 고향의 원형 같은 것이다. 박 전 총재는 "지금도 그 냄새를 기억한다"고 했다.

수업료를 내지 못해 시험도 보지 못하던 시절 소년 박승의 머릿속엔 거대 담론이 똬리를 틀었다. '가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 전 총재는 "어려서부터 빈곤을 해결하는 문제가 나의 최대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 1936년 전북 김제 출생 ▲ 1954년 이리공고 졸업 ▲ 1961년 서울대 상대 졸업, 한국은행 조사역 ▲ 1974년 뉴욕대 경제학 박사 ▲ 1984년 중앙대 정경대학장 ▲ 1988년 청와대 경제수석 ▲ 1988∼1989년 건설부 장관 ▲ 2002∼2006년 한국은행 총재


U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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