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석열은 천연기념물' 공인해준 셈

김당 / 기사승인 : 2021-07-19 17: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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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당의 단매] '검사와 스폰서' 그리고 접대 골프
동일인에 대한 오보 반복되면 '악의적 오보' 해석될 수밖에

결혼해 아내한테 고마워하는 것을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중의 하나는 골프를 하지 않은 것이다.

 

공무원이었던 선친은 50대 중반부터 골프를 쳤다. 언론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장인은 청와대 근무할 때 테니스를 쳤고 정치인이 되어 골프를 쳤다. 어쩌다 선친과 장인이 사돈 골프를 칠 때면 나는 갤러리 신세였다.

 

선친은 내가 40대 청와대 출입기자일 때 "기자가 정치인들과 어울리려면 골프를 해야 한다"면서 골프채 일습을 가방채로 주신 적이 있다. 주위에서도 친구나 선후배들이 골프를 권해 마음이 흔들렸다.

 

30대에 환경을 담당할 때 노태우 정부가 골프장 인허가를 남발해 그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 실상을 취재하면서 골프를 안 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취재원들로부터 "주말에 운동이나 함께 하시죠"라는 제안을 자주 받다 보니, 골프를 배워 둘 걸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느 해 겨울 아내한테 조심스레 의중을 떠봤다.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골프채(가방)를 옷걸이로만 쓰는 것은 자식으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올 겨울에는 골프나 배워볼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

 

아내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간명하게 쏘아붙였다. "그래, 남들한테 얹혀서 접대 골프 안 치고 기자 월급으로 내 돈 내고 칠 거면 배워."

 

나는 슬며시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소 가계에 여유가 있지만 그때는 기자 월급으로 골프 칠 형편은 못 되었다. 그때는 아내를 살짝 원망했다. 하지만 출입처에서 취재 전화보다 주말 골프장 부킹 전화를 더 자주하는 기자들을 보면서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 시절인 2011년 전후로 당시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한테서 수 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기록이 확인됐다는 한겨레 기사 [한겨레 캡처]


오늘자 한겨레 신문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 시절인 2011년 전후로 당시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한테서 수 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검사와 스폰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한겨레는 또한 2011년 삼부토건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았는데 처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당시 대검 중수2∙1과장을 맡은 윤 전 총장이 특수2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였다는 점을 들어 수사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골프 접대∙향응을 의심할 만한 정황 근거로 조남욱 회장의 10여년 전 '일정표'와 '선물 리스트'를 제시했다. 

'검사와 스폰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황이 사실이라면 그가 어느 정권에서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된 만큼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날 윤석열 예비후보가 밝힌 '한겨레 보도에 대한 윤석열의 입장'에 따르면, "식사 및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어떤 사건에도 관여한 적이 없어 '한겨레 기사'는 악의적 오보"라는 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조남욱 일정표'와 '윤석열의 반론'을 비교하면, 서로 상충되는 만큼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겨레가 2011년 4월 2일 일정표에 기재된 '최 회장, 윤검' 메모를 근거로 조남욱 회장이 윤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와 윤 후보랑 골프를 쳤다고 날짜를 특정한 만큼 진위 여부는 쉽게 가려질 수 있다.

 

그런데 윤 후보 측은 "2011년 3월 15일 중수2과장이자 주임검사로서 200여명 되는 수사팀을 이끌고 부산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을 동시 압수수색하는 등 당시는 주말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밤낮 없이 일하던 때"라며 "위 날짜(4월 2일 토요일)에 강남300CC에서 골프를 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골프는 혼자 숨어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통상 4인 1조로 필드에 나가고 그 앞뒤로도 한 조씩 따라붙고, 캐디들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10여 명의 목격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일정표' 작성자와 작성 경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 확인 없이 10년 전 일정표 메모에만 의존한 한겨레의 보도는 오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삼부토건 수사 관여 의혹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제기했거니와, 윤 후보가 "삼부토건 수사는 물론이고 어떠한 타인의 수사에도 관여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한 만큼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커졌다.

 

▲ '윤석열 별장 접대'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2019년 10월 11일 1면(왼쪽)과, 오보를 사과한 2020년 5월 22일 1면


한겨레는 지난 2019년 10월 11일 1면에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제목으로 대서특필했으나, 7개월여만인 지난해 5월 22일 1면에 "부정확한 보도를 사과드린다"고 윤 후보와 독자에게 사과한 바 있다.

 

한겨레의 1면 사과로 이어진 '윤석열 별장 접대' 오보의 근원은 조국 전 민정수석 등과 가까운 '친정부 인사'로 알려진 이규원 검사가 작성한 이른바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였다. 이 '면담보고서'에는 윤석열 연루설 말고도 윤갑근 대구고검장 골프접대 의혹, 김학의 법무차관 임명 최서원(최순실) 배후설 등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한겨레뿐 아니라 윤갑근 골프접대 의혹을 보도한 JTBC와 '최순실 배후설'을 보도한 KBS도 각각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하거나 1·2심에서 패소해 재판이 확정된 상태다. 친정부 검사가 작성한 '면담보고서'가 일부 세력의 언론 플레이와 오보의 온상이 된 셈이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출범 이후 '3호 사건'으로 이규원 검사가 관련된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사건 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가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자처해 공수처가 '도피처'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원이었던 박준영 변호사는 앞서 지난 4월 한국일보와 SBS에 관련 보고서와 진상조사단원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제공하고, 왜곡된 면담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진상조사단 최종보고서가 작성됐고,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특정인에 대한 한 번의 '오보'는 실수일 수 있지만, 동일인에 대한 오보가 되풀이되면 '악의적인 오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윤 후보 측은 이렇게 '유감'을 표명했다.

 

"한겨레가 '면담보고서' 한장으로 '별장 접대' 의혹을 '오보'한 것에 이어서, 비슷한 방식으로 이번에는 출처 불명 일정표에 적힌 단순 일정을 부풀려 허위로 '접대', '스폰서'라는 악의적인 오명을 씌우려 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한겨레 보도에 대한 윤석열의 입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실제 사실관계를 국민들께 말씀드리겠다"면서 "저는 평소 골프를 즐겨 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부득이 골프를 치더라도 항상 비용은 제가 직접 부담하여 왔다"고 밝힌 부분이다.

 

내 돈 내고 골프 치는 것이 당연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전까지는 많은 기자들이 접대 골프 관행에 젖어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 전까지 접대 골프 관행에서 자유로운 검사는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윤 후보의 반박이 사실이면, '접대 골프' 의혹으로 윤 후보에게 흠집을 내려던 한겨레가 오히려 '천연기념물 공인'을 해준 셈이니 아이러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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