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도발'을 '도발'이라고 말 못하는 대통령

김당 / 기사승인 : 2021-10-20 18:04:35
  • UPI뉴스 페이스북 공유하기UPI뉴스 페이스북 공유하기
  • UPI뉴스 트위터 공유하기UPI뉴스 트위터 공유하기
  • UPI뉴스 Pinterest 공유하기UPI뉴스 Pinterest 공유하기
  • UPI뉴스 네이버밴드 공유하기UPI뉴스 네이버 공유하기
  • UPI뉴스 네이버 공유하기UPI뉴스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
  • +
  • 인쇄
문 대통령, 北 SLBM 쐈는데 방위산업전시회 축사는 '…'
국민은 '쇼통' 아닌 소통, 北에도 할말은 하는 대통령 원해
북한이 어제(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오늘 "공화국 국방과학원이 잠수함발사전략탄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확인했다. 북한은 SLBM을 이렇게 부른다.

▲ 북한 관영매체들은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20일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8번째이다. 땅에서, 이동발사대 차량에서, 그리고 사상 최초로 열차에서도 쐈다. 이번은 잠수함에서 쐈다.

종류도 다양하다. 올해 1월 순항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탄도미사일도 쐈고 극초음속 미사일(화성-8형)도 쐈고, 신형 반항공(지대공)미사일도 쐈고, 이번은 SLBM을 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빼고 다 쏜 셈이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ICBM 발사라는 미국의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가운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단거리 미사일은 한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대표적 전략무기인 ICBM과 SLBM은 실제적 위협을 넘어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ICBM은 북한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을, SLBM은 2차 타격능력 확보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설령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당하더라도 바다 속에서 생존한 '침묵의 도살자'가 핵을 탑재한 SLBM으로 본토를 가격하면 9∙11 사태보다 몇 십배 더 큰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

대표적 공격무기인 잠수함은 '침묵의 도살자'라고 부른다. 북한은 5년 전에 신포급 잠수함에서 콜드런칭 기술에 성공했고, 2년 전에 바지선에서 신형 SLBM(북극성-3형) 수중발사에 성공했다. 콜드런칭은 소음을 최소화하고 일정 고도까지 발사위치가 드러나지 않게 하는 은폐 기술이다.

그리고 이번에 북한은 지난 11일 북한에서 처음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미니 SL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고래급(2000t) 잠수함에서 발사했다.

▲ 지난 2019년 7월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동지의 세심한 지도와 특별한 관심속에 건조된 새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이미 2년 전에 기존 신포급보다 성능이 뛰어난 3천톤급 중형잠수함을 공개한 바 있다. 신형 잠수함은 잠항능력이 더 뛰어나고 항행거리가 7000km로 하와이 인근까지 편도항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탄두를 1개만 탑재할 수 있는 신포급 잠수함과 달리 신형 중형잠수함은 발사관이 3개인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관이 1개인 경우 오발사될 경우 만회할 방법이 없지만, 신형 잠수함은 오발사 하더라도 제2, 제3의 보복공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실제적 위협이 크기 때문에 미국 백악관은 즉각 "이러한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고 역내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SLBM 시험발사와 관련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정작 잠수함 위협의 당사국인 한국 정부에서는 아무도 SLBM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도, 규탄하지도 않고 있다.

어제 대통령이 아닌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ADEX 2021) 개막식에서 축사를 했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200자 원고지 26장(3000자) 분량의 연설의 전문을 형태소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산업'(32회)이었다. 연설에서 10회 이상 사용한 단어는 △기술 20 △방위 20 △국방 14 △우주 14 △개발 10 △항공 10 순이었다.

언제 북한이 SLBM을 쐈냐는 듯, 도발의 '도'자는커녕 북한의 '북'자도 찾을 수 없다. 북한을 전혀 거론하지 않아 대북 메시지를 찾을 수 없다. 굳이 행간의 의미를 찾는다면 "강한 국방력이 목표로 하는 것은 언제나 평화다"라는 원칙적 메시지 정도다.

[표] 김정은 국방발전전람회 연설 vs 문재인 방위산업전시회 연설 비교

비고 연설 분량(200자 원고지) 키워드 대내 메시지 대남/대북 메시지
김정은 개막연설(10. 11) 48장, 약 6천자 국방∙발전∙남조선∙혁명∙강화∙국방력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 •남조선이 '도발'∙'위협' 단어를 '대북전용술어'로 사용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
문재인 개막축사(10. 20) 26장, 약 3천자 산업∙방위∙기술∙국방∙우주∙항공∙개발 방위산업을 국가 핵심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것

'선택적 기억회로'가 작동한 문 대통령의 연설은 당당한 김정은의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 연설과 대비된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정은은 북한에서 처음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원고지 48장(6천자) 분량의 연설을 했다. 역시 전문을 형태소 분석을 해보니 '국방'(30회)이 가장 많았다. 10회 이상 사용한 단어는 △발전 22 △남조선 18 △국가∙혁명 17 △인민 16 △군사 15 △당 14회 △강화∙위협 13회 △국방력∙공업 12회 △군수∙전람회∙미국 10회 순이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했다. 그리고 한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SLBM을 쐈다. 천안함 폭침의 악몽을 다시 일깨우는 위협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FA-50 경공격기 비행을 마친 후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도 오늘 말 대신 행동을 택하긴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날 수원기지에서 FA-50 전투기를 타고 천안 독립기념관과 서울 현충원, 그리고 용산 전쟁기념관 상공을 날아 서울공항에 착륙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국산 전투기에 탑승해 우리 하늘을 비행했다"면서 "우리 기술로 개발한 FA-50의 늠름한 위용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에 최초로 탑승해 해외에 안전성을 보장하는 세일즈 마케팅을 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더 큰 의미는 '할 말은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축사에서 말한 대로 "방위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물샐 틈 없이 지키는 책임국방의 중요한 축"이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북한이 전날 쐈고, 오늘 아침에 발사 사실을 확인해준 '침묵의 도살자'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역대 정부의 방위비 증감율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방위비 증감율은 미군으로부터 '전작권 환수'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 이후 최대이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보편적 인권을 탄압하고 인민을 강제노동에 동원하고 국가의 자원을 군사력 건설에 집중하는 비정상국가이다. 더욱이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는 문재인 정부의 방위비 증감율보다 더 빠르다.

▲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집계한 북한의 집권 시기별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통계 [DIA 홈페이지 캡처]

지난 15일 공개된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2021 북한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은 선대인 김정일∙김일성보다 몇 곱절은 더 위험한 독재자이다.

DIA가 집계한 북한의 집권 시기별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통계를 보면 △김일성(1984~1994년) 16회 △김정일(1994~2011년) 44회 △김정은(2011~현재) 116회다. 김정은이 할아버지보다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보다도 몇 배나 더 호전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위험한 독재자에게는 때로는 따끔한 일침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다. 국민은 '쇼통' 아닌 소통, 북에도 할말은 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