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200명 줄었는데 여성 임원 36명 늘었다

김혜란 / 기사승인 : 2021-10-27 11: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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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대기업 내 여성 임원이 2004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3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대비 올해 100대 기업 남녀 전체 임원 수는 200명 넘게 감소했는데도 여성 임원은 되레 40명 가까이 늘어나 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 2021년 100대 기업 전체 임원중 여성 비율 현황 [유니코써치 제공]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2021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27일 밝혔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매출액 기준이고, 여성 임원은 올해 반기보고서에 나온 임원 현황 자료를 참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임원은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한 기준이고, 사외이사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오너가도 조사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322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286명보다 여성 임원이 1년 새 36명(12.6%)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가 작년 6871명에서 올해 6664명으로 200명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여성 임원은 되레 40명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도 2019년 3.5%에서 작년에는 4.1%로 늘었는데, 2021년 올해는 4.8%로 작년 대비 0.7%포인트 높아졌다. 여성 임원 숫자는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대기업 내에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10%를 넘어서려면 700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숫자는 2004년 당시만 해도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22명)→2010년(51명)→2011년(76명)으로 증가하더니 2013년에는 처음으로 여성 임원 100명 시대를 열었다. 2013년 당시 여성 임원 수는 114명이었다. 2014년에는 106명으로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138명)→2016년(150명)→2018년(216명)→2019년(244명)→2020년(286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320명대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숫자는 올해 65곳으로 작년 60곳보다 많아졌다.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2006년 13곳→2010년 21곳으로 조금씩 증가해왔다. 이후 2011년 30곳→2013년 33곳→2015년 37곳→2016년 40곳→2018년 55곳→2019년 56곳→2020년 60곳으로 많아졌다. 올해는 65곳으로 작년보다 5곳 증가했다. 그만큼 대기업 내에서 여성 임원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들은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2022년 임원 인사에도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22명 중 72%에 해당하는 232명은 1970년 이후에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60.7%)과 2020년(65%) 때보다 더 높아진 비율이다.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70~1973년에 속하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127명(3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74~1976년 사이 64명(19.9%)으로 그 뒤를 이었고, 1967~1969년 60명(18.6%) 순으로 많이 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에는 1967~1969년생이 1974~1976년생보다 22명 많았는데 올해는 두 그룹의 연령대가 서로 역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조사에서 80년 이후 출생자는 18명으로 지난해 11명 보다 7명 늘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71년생이 47명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이어 1970년생(30명), 1975년생(27명), 1969·73년생(각 26명), 1972년생(25명), 1974년생(21명), 1968년생(20명) 순으로 나타났다. 

1971년생 중에서도 삼성계열사에서만 16명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7명, 삼성물산 4명, 삼성화재·삼성SDS 각 2명, 삼성생명 1명 순으로 71년생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아모레퍼시픽(4명), KT(3명)에서도 71년 여성이 3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5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J제일제당은 22명으로 여성 임원이 많은 넘버2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작년과 올해 여성 임원이 17명으로 동일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16명), 현대차(15명), 삼성SDS(13명), KT(1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10명 이상 여성 임원을 다수 기업은 작년 6곳에서 올해 7곳으로 1곳 증가했다. KT가 지난 해 여성 임원 9명이었는데 올해는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새로 합류했다. 

현대차는 2019년 조사에서 4명이던 여성 임원이 작년에는 13명으로 늘더니 올해는 15명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여성 임원 늘어날 경우 향후 1~2년 내에 여성 임원을 다수 보유한 TOP 3 기업에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현대차가 여성 임원을 중용하는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미래차 개발과 관련해 젊고 유능한 여성들을 적극 발탁해 현대차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전체 임원 69명 중 여성 비율이 23.2%로 가장 높았다. CJ제일제당도 전체 임원 98명 중 22.4%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S(14.8%), 네이버(13.9%),  KT(11.1%) 세 곳도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 기준으로 출신대학이 확인된 여성 임원 중에서는 이화여대를 나온 여성 임원이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21명), 서울대(2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다수 배출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중에서는 부산대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김수련(1967년) 연구위원, 롯데칠성음료 진달래(1970년) 상무보, 아모레퍼시픽 구애란(1975년) 상무와 삼성전자 정혜순(1975년) 연구위원은 부산대(학부 기준)를 졸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자 중 27명은 박사 학위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에서만 8명으로 가장 많았고, LG화학은 3명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박사학위를 받은 학교는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가 각 4명으로 많았다. 한양대와 포항공대 출신 박사도 각 2명씩 있었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22명 중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활약 중인 여성 임원은 4명에 불과했다. 호텔신라 이부진(1970년생) 사장을 비롯해 네이버 한성숙(1967년) 대표이사, CJ제일제당 김소영(1972년) 사내이사, 롯데칠성음료 송효진(1976년) 상무보가 이들 그룹에 포함됐다. 

오너家를 제외하고 100대기업 중 사장급 이상 타이틀을 달고 있는 주인공은 네이버 한성숙(1967년) 대표이사 사장이 유일했다. 미등기임원 중 차기 사장급 1순위 후보군에는 민희경(1958년) CJ제일제당 부사장과 삼성전자 이영희(1964년) 부사장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07년, 민 부사장은 지난 2011년부터 그룹 내 임원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활약 중이다. 향후 두 임원이 사장(社長) 반열에 오를지 아니면 부사장에서 퇴임할 것인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국내 기업에 ESG경영 열풍이 불면서 지역·성별·출신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 다양성(Diversity) 항목이 중요해지면서 과거와 달리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은 물론 일반 임원과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인재 선호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상당수 여성 인재 육성에 대한 프로그램은 물론 여성 임원 비율도 높은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여성 인재 활용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이 다소 인색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우리나라도 점차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실력을 갖춘 인재라면 성별 등에 따라 차별을 없애고 등용시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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