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인 곰탈출', 자극적 보도에 녹는 공직자

안경환 / 기사승인 : 2021-10-27 17: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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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곰탈출' 사건 후 지역 언론, '가짜뉴스' 보도
동물 돌보던 공직자의 한탄, "아침부터 속이 녹는다"
"아침부터 속이 녹아서요…." 

얼마 전 용인시청 공직자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서두다. 이른바 '용인 곰탈출' 사건으로 사육 농장주가 구속된 뒤 나온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적은 한탄 글이다. 

해당 언론은 남겨진 곰들이 물과 음식 없이 수일 째 방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가 야생동물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어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용인 곰탈출' 사건은 지난 7월 사육 중이던 반달가슴곰 2마리가 탈출했다고 농장주가 신고한 사건을 말한다. 조사결과 농장주가 불법 도축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신고한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농장주는 지난 19일 구속됐다. 농장에는 현재 곰 16마리, 사슴 7마리 등이 남겨져 있는 상태다.

공무원의 글은 "지난주에 농장주가 밤 9시가 넘어 구속된 뒤 다음날 시건장치(문 잠그는 장치) 등 현장을 확인하고, 모 환경단체와 함께 밥도 주고…"로 이어졌다.

또 "사육시설이 쉽게 사료를 부어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중간 문을 부여잡고(안 잡으면 곰이 손으로 밀수있어요), 안쪽에 흘리지 않게 넣어주고 다시 중간 문 열어주고…"라며 반달가슴곰에 먹이를 주는 과정도 세세히 적었다.

그러면서 "전 공무원이라 괜찮은데, 선뜻 나서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네요, 오늘도 아침 7시부터 밥 주셨을 텐데…"라며 자원봉사 중인 단체가 받을지 모를 상처에 대해 미안함을 표했다. 

그러고는 "뉴스 보고 속상해 하실까봐, 맘이 아침부터 녹아내리네요"로 끝을 맺었다.

수소문해 글쓴이를 찾아 심정을 물었다."안쓰럽다. 잘 먹고 갔으면 한다"는 게 글쓴이의 첫 대답이었다. 현재 임시 사육 중인 곰들의 이전을 염두에 둔 말이다. 관리권한을 가진 한강유역환경청이 이전 시설을 물색 중이다.

그는 "자원봉사하시고 기부하시는 분은 (언론보도에) 마음이 상하실 것이다. 저희야 뭐 늘상 겪는 일이니까…"라며 말 끝을 흐렸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미안함과 잘못된 보도에 늘 억울함을 당해야 하는 공직자의 '자조'가 배어났다.

글쓴이는 단순히 부정적 언론보도를 한탄한 게 아니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보살핀 사실은 온 데 간 데 없고, 사실과 다른 자극적 내용만 사실인 양 포장된데 대한 안타까움이 먼저였다.

농장주가 구속된 다음 날부터 용인시 공직자와 야생생물관리협회 용인지회 회원들이 오전 7시, 오후 5시 하루 2차례씩 반달가슴곰의 먹이를 챙겨줬다. 하루 먹이는 대략 마리당 36㎏. 겨울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단백질 사료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게 이 공직자의  말이다. 건강상태 체크도 필수 일과다.

그런데도 사실과 전혀 다른 엉뚱한 보도를 내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이 공직자의 글에는 글쓴이이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아침부터 녹아내린다는 표현 공감합니다", "요즘 언론이 거의 없음", "악의적 가짜뉴스 지긋지긋 하네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안경환 기자

U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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