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물건너 가나…한미 시각차 여전한 듯

김당 / 기사승인 : 2021-10-27 16: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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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북조치 시기∙조건 등 관점 다를 수도…신념은 일치"
문 대통령, 유럽순방 중 교황의 '확실한 방북 메시지' 기대감
교황청∙바이든, 북한보다 현안인 중국과 대만 문제에 관심
미국 백악관이 한국 정부가 제안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관련해 시기나 조건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이 있음을 내비쳐 주목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9월 26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일일 언론브리핑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Sarah Silbiger/UPI]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다른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And we may have somewhat different perspectives on precise sequence or timing or conditions for different steps)"고 답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백악관은 종전선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그것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핵심적인 전략 구상, 그리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진전을 이룰 수 있고, 외교는 억지력과 효과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는 신념에는 근본적으로 의견이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설리번의 답변은 한미 양국이 대북 접근의 총론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각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28일로 예정된 유럽순방에서 교황의 대북 메시지를 이끌어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5일 kbc라디오(백운기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 "28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순방에 나서는 문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교황을 만나 방북의사를 재타진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7일에도 다시 한번 교황의 방북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박 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쇄 면담과 관련해 "세 분이 함께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연쇄회동, 면담을 통해서 교황 중심으로 한미 간 간접 대화가 이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5월 미국을 공식방문한 문 대통령은 워싱턴 대교구 대주교인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났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명으로 추기경 서품을 받아 2019년 최초의 흑인 추기경이 됐다.

문 대통령이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난 것은 사그러든 교황의 방북 불씨를 살리려는 시도로 해석되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추기경을 만나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을 뵈었을 때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면서 "(교황께서)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보다는 중국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교황청이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어 문 대통령이 원하는 확실한 방북 메시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25일 대만(타이완) 중앙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언론은 중국이 교황청에 대만과 단교 및 중국과의 수교를 요구해왔으며 이에 교황청은 베이징에 대사관을 설치한 후 대만과의 관계 문제를 논의하자고 밝혔으나 중국이 동의하지 않아 교착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총 15개국으로, 교황청은 대만과 수교한 유일한 서방국가이다.

미국도 북한보다 대만 문제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모두 8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지난달 13일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외하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모두 4차례 회의를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했다. 특히 북한의 지난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응해 열린 안보리 회의는 미국이 소집을 주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 외교를 통해 핵 협상을 시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며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선 사실상 묵인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그런 미사일을 시험한다"면서 대응하지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UPI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3월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결의 1718호에 대한 위반'이라고 일찌감치 '도발'로 규정했다.

바이든은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의 정상회담 중심의 톱다운(하향식) 외교에 대해 미국이 국제사회에 '독재자(김정은)를 공인해주는 깜짝쇼'라고 비판해왔다.

또한 바이든은 실무협상 중심의 버텀업(상향식) 외교를 선호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식 깜짝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대북정책에서 불협화음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바이든의 북한 문제에 대한 관여와 관심은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는 '화염과 분노' 같은 거친 표현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북미 핵협상이 시작된 이후엔 김 위원장과 3번이나 만나고 친서를 주고받는 등 직접 북한 문제를 챙겼다.

이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짧게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이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세밀히 조율된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한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오히려 바이든의 주요 관심사는 중국과 대만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타이완이 중국으로부터 공격당할 경우 타이완을 도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바이든은 지난 21일 타운홀 행사에서 최근 중국이 타이완에 관한 주권을 주장하며 타이완에 군사적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타이완을 방어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미국은 (타이완을) 돕기로 약속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타이완의 의미 있는 유엔 체제 참여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라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타이완의 적극적인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블링컨의 타이완 지지 촉구는 전날 중국 시진핑 주석이 유엔 가입 50주년 기념연설에서 "중국은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나 일방주의, 보호주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항상 세계 평화와 국제질서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에 나온 것이다.

타이완 외교부는 이날 "타이완은 단 한번도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였던 적이 없으며, 중공(중국공산당) 정부는 타이완 섬의 국민들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며 유엔에서의 의미있는 참여를 재차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타이완(중화민국)은 유엔 창립 멤버이지만 1971년 유엔이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을 유일 합법 대표로 승인하면서 회원국 지위를 잃었다.

이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오직 중국만이 국제적으로 타이완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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