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재탕?…"독재 정당화·정치적 이용 우려"

김당 / 기사승인 : 2021-10-28 10: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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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文-교황-바이든 연쇄 회동…미 전문가들 "희망은 정책이 아니다"
"한반도 긴장 근본적 해결 없는 '종전선언'은 암환자에 반창고 붙이기"
바이든-교황, 기후변화 '큰그림'…"교황, 북한 인권 초점 맞춰지면 효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인 가운데 한국 정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자료사진]

특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28일부터 시작된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동행함에 따라 교황의 방북 문제 등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희망사항일 뿐이고 한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미 VOA(미국의소리) 방송은 28일 전∙현직 한반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교황의 방북을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대화와 북미 협상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시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교황 방북' 추진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VOA에 따르면,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교황이 현재 남북한을 갈라놓고 있는 것과 관련한 어떤 합의도 중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희망은 정책이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리스 전 실장은 "기저에 깔린 긴장과 불협화음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한국 전쟁 종전선언 등을 하는 것은 암 환자에게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혹평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교황의 방북이 김정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지 의심스럽다"며 "김정은이 무척 갖고싶어 하는 지위와 위신, 관심을 주게 될 뿐"이고 평가했다.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동아시아연구소장도 "슬프게도,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 증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10월 29일 문 대통령은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 및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각각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잇달아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유럽순방 첫 일정으로 교황을 만나 방북의사를 재타진할 것"이라며 방북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박 수석은 특히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쇄 면담과 관련해 "세 분이 함께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연쇄 회동, 면담을 통해서 교황 중심으로 한미 간 간접 대화가 이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3자 연쇄 회동 그림'을 기대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4월 29일 재생의학 관련 회의 참석차 바티칸에 온 조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도 29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에도 교황을 만난 적이 있지만 특히 이번 만남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역시 가톨릭 신자인 존 케리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는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6월 교황청에서 광범위한 협의를 했다. 역시 가톨릭 신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10월 남편과 함께 교황을 만났다. 각각의 회동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에 대한 대화가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회동은 교황과 바이든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에 맞춰져 있다.

교황청 전문가인 빅터 개탄(Victor Gaetan)은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이든의 기후 어젠다 진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백악관은 바티칸이 바이든의 가장 열망적인 목표,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목표를 증폭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개탄은 "바이든은 도덕적 권위가 널리 존경받는 교황과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실용적인 교황은 그런 협력에 자신이 기꺼이 이용되길 원한다"면서 "왜냐하면 이들이 기후 변화는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구문명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논의하는 지구적 담론의 '큰그림'에 '종전선언 깜짝쇼'에 집착하는 한국 대통령의 '3자 연쇄 회동 그림'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VOA에 "교황이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겠느냐"면서 "교황은 자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강력한 체제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지도자와 악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칼라튜 총장은 "교황은 과거에 인권 침해 국가들을 방문하고 그런 국가들과 관여했지만 북한처럼 신자들을 잔인하게 근절하지 않는 천주교 국가들이었고, 북한 정권 수준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었다"는 덧붙였다.

실제로 교황은 현재까지 교회와 사제가 없는 국가를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권에서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8일 북한 대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를 만나 "종전선언에 대해서 많은 협력과 지지를 바라고 남북관계 개선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도록 공감대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교황 첫 예방 전에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 특별 미사에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 묵상에 잠긴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 [Photo by Stefano Spaziani/UPI]

하지만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교황의 방북을 남북대화와 북미 협상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시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칼라튜 총장은 "전 세계 10억 명의 (가톨릭) 신자를 가진 바티칸은 엄청나게 놀라운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교황이 모든 교파의 기독교 신앙을 억압하는 북한 정권을 아무 조건 없이 방문해 문 대통령과 그의 당에 선물을 안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교황의 보좌관들은 문 대통령이 절박한 상황이고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교황 방북 추진에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보다 한국 국내 정치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칼더 소장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안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교황의 방북과 평화의 연관성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킹 전 특사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한국과의 관계가 수반된 세계와의 관여 쪽으로 이끌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하고, 진전을 보여줄 무엇인가를 간절히 찾으려 한다"며 "하지만, 현시점에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하는 긍정적인 일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워싱턴에서는 교황 방북이 남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휘둘리지 않고 북한의 인권 개선 목적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고 VOA는 전했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종교와 인권 탄압 실태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요구를 끌어낼 드문 기회로 보는 시각이다.

리스 전 실장은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지하) 교인들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 될 것"이라며 "교황과 동행하는 세계 언론들이 북한의 생활 환경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최소한 일부 북한인들이 외부 세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종교적 의미를 넘는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칼라튜 총장은 "교황은 다른 종교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도덕적, 종교적, 윤리적, 인권적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위치에 있다"며 교황의 방북 여부와 관계없이 천주교 수장으로서 교황이 갖는 영향력이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의 인권 상황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킹 전 특사도 "교황이 북한 내 종교적 활동을 허용하는 문제를 분명히 제기할 것 같다"며 방북과 별개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교황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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