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자녀 '다산왕'에 '모성영웅' 칭호…代잇는 충성 정당화

김당 / 기사승인 : 2021-11-15 16: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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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톺아보기] 27. 김정은은 왜 '어머니날'을 제정했을까
관영매체, '축복받는 모성영웅' 강조…선전매체, '감성코드' 접근
김정일, 다출산여성에 '모성영웅'…김정은, 김일성 연설일 '어머니날'로
올해도 어김없이 북한의 '어머니날'이 돌아왔다. 별도의 '어버이날'이 없던 북한은 지난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새로 제정하고 공휴일로 지정했다.

▲ 지난해 어머니날을 맞이해 '사회주의 대가정에 넘치는 어머니들의 기쁨'이라고 선전하는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오늘 캡처]

이날은 1961년 당시 김일성 내각수상이 '자녀교양에서 어머니의 임무'라는 연설을 했던 날이다. 연설 요지는 어린이의 첫째 가는 교양자는 어머니이며 아들딸들에 대한 교양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머니 자신이 훌륭한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국제부녀절'로 기념하고 있는 북한이 '어머니날'을 따로 제정한 것은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집중된 '김일성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많다.

아무튼 김정은이 '국가적으로 어머니날이 제정된 것만큼 이날에 꽃을 사다가 어머니들이나 아내들에게 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로, 어머니나 아내에게 축하카드나 꽃다발을 주는 어머니날 풍경을 보도하는 것이 북한 언론의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다.

어머니날이면 '사회주의 대가정(大家庭)'과 사회주의 우월성 강조

북한 선전매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어머니날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씀'을 인용해 '사회주의 대가정(大家庭)'과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북한 선전매체에서 어머니날에 가장 귀감이 되는 전형적인 여성상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부상당한 영예군인(상이군인)의 아내들이다. [조선의오늘 캡처]

북한 선전매체에서 어머니날에 가장 귀감이 되는 전형적인 여성상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부상당한 영예군인(상이군인)의 안해(아내)가 되어 수십년간 희생과 인고의 세월로 사회주의 대가정의 한 축을 이뤄온 여성 근로자들이다.

그런 만큼 어머니날이면 영예군인의 집에선 국기(인공기)까지 펼쳐 들고 아내나 어머니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축하하는 광경이 펼쳐지곤 한다.

국기(태극기)는 국가대항전 월드컵 때나 펼치는 것으로 아는 우리한테는 어머니날이라고 가정에서 국기를 펼쳐들고 축하하는 것은 난해한 풍경이다.

하지만 북한에선 익숙한 '아름다운 화폭'이다. 바로 '공화국은 덕과 정으로 결합된 사회주의 대가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모든 가정(家庭)은 '어버이'가 둘인 까닭

북한의 모든 가정(家庭)은 '어버이'가 둘이다. 낳고 길러준 '혈연적 가정의 어버이'와 이른바 '사회정치적 생명'을 부여하는 수령으로서 '사회주의 대가정의 어버이'가 그것이다.

사회주의 대가정은 북한 사회 전체를 하나의 가정으로 보고, 수령과 당, 그리고 인민의 관계를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의 관계와 같다고 보는 개념이다.

▲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해 당창건 75돌을 맞이해 '어머니당에 대한 경모와 신뢰의 정이 차넘치는 군중시위'라며 게재한 사진들. 북한이 주장하는 '대가정'은 '수령'을 아버지로 하고 '당'을 어머니로 하며 '인민'을 자녀로 하는 유기체적 사회를 의미한다. [노동신문 캡처]

즉 북한이 주장하는 '대가정'은 '수령'을 아버지로 하고 '당'을 어머니로 하며 '인민'을 자녀로 하는 유기체적 사회를 의미한다.

1962년 신년사에서 김일성이 처음 제시한 '사회주의 대가정'은 전체주의와 집단주의정신을 통해 전체인민을 하나로 묶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담론이다.

잊을 만하면 '사회주의 대가정 꾸리기'를 강조하는 북한에서는 당연히 혈연적 가정보다 사회주의 대가정이 더 우선시된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봉쇄방역의 장기화로 인해 경제난이 심화되자 공식 입장만 되뇌이는 관영매체들과 달리 선전매체들은 올해 어머니날을 유달리 '감성 코드'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어머니날을 앞두고 관영매체들은 △여성의 권리보장과 사회제도'(11. 15, 노동신문) △축복받는 모성영웅들(11. 13, 조선중앙통신) 같은 해설 기사를 실은 반면에 '조선의오늘' 같은 선전매체는 △어머니의 모습'(11. 13) △어머니의 손수건'(11. 14) 같은 감성적인 기고글을 실어 대조를 이뤘다.

'모성영웅'은 여성 노동력 착취 정당화하려는 상징 조작

'어머니의 모습'에서 젊은 과학자인 리진성 박사는 "어머니라는 친근하고 다정한 부름에는 후대들을 위해 천만고생을 낙으로 달게 여기며 사랑과 정을 바치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높은 기대의 뜻이 담겨져 있다"라는 김정은의 '말씀'을 인용하며 어머니와의 대화체로 글을 이렇게 맺는다.

"어머니, 내 꼭 위대한 우리 당에 기쁨만을 드리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식된 효도를 다하는 길이란다. 그리고 이 어머니의 가장 큰 행복이란다."

▲ 어머니날을 앞두고 북한의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에 실린 '어머니의 손수건' 기사에 실린 평양시의 도로관리공인 리은심 학생 어머니의 사진. [조선의오늘 캡처]

'어머니의 손수건'은 평양 중신고급중학교 리은심 학생이 쓴 글이다. 어릴 때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도로를 청소하는 도로관리공인 홀어머니를 보면 야속해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어머니와 살갑게 지내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애국의 땀방울'로 젖은 어머니의 손수건을 보고 이제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 여학생은 자신도 "한가정의 행복만을 바라는 딸이 아니라 어머니처럼 수령과 조국과 인민을 위한 길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조국의 딸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얼핏 보면 애국과 사회주의 대가정을 강조하지만 결과적으로 대(代)를 이은 세습 권력을 지탱하는 대(代)를 이은 여성 노동력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글이다.

관영매체에서 강조하는 '모성영웅'은 여성 노동력 착취를 정당화하려는 대표적인 상징 조작이다. 관영매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어머니날을 맞이해 '축복받는 모성영웅들'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중앙통신은 어머니날을 맞아 지난 9월 평양산원에서 10번째 자식을 낳아 모성영웅 칭호를 받은 박은정(평양시 강동군) 여성을 소개하며 "자식들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은 여성으로서 응당한 본분인데 영웅이 되였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 나라의 기둥감으로 내세우겠다"는 박씨의 소감을 전했다.

통신은 "우리나라(북한)의 모성영웅 제도는 절세위인들의 크나큰 은정속에 태어났으며 더욱 장려되고 있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6년 어머니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을 장려하고 그해 모성영웅 제도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 2012년 11월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가한 항일혁명투사를 만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통신은 이어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운 주체 100년대가 시작되던 2012년에 어머니날을 제정하도록 해주시고 첫 어머니날을 맞으며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를 마련해주시어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운 7명의 여성들에게 노력영웅 칭호가 수여되었다"고 덧붙였다.

1996년 '고난의 행군' 때 도입된 '모성영웅' 제도 

북한에서 '다산왕'에게 노력영웅 칭호를 주는 '모성영웅' 제도가 도입된 1996년은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때이다.

이처럼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대내외적으로 체제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인민들의 수령에 대한 충성과 효성을 이끌어 냄으로써 세습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주의 대가정'을 강조해왔다.

김정은 시대에 다시 '사회주의 대가정'을 강조하는 것도 그만큼 유엔의 대북제재와 경제난에 따른 체제 위기에 대한 정권의 우려를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15일 '한시도 늦출 수 없고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반제계급교양이다'라는 부제를 단 '여성의 권리보장과 사회제도' 기사에서 모성영웅 제도를 거론하며 "사회주의만이 여성들의 운명과 존엄, 행복과 꿈, 그 모든 것을 책임지고 보살펴주며 꽃피워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자본주의 나라 여성들이 직업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데 일자리를 제일 힘들게 얻는 것도, 제일 쉽게 떼우는 것도 다름아닌 여성들"이라며 "그런데 어머니가 되려는 것이 죄가 되어 그처럼 힘들게 구한 일자리마저 떼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1월 평양산원에서 퇴원하는 '올해의 첫 세쌍둥이'. 북한에서는 세명 이상의 자식을 낳아 키우는 여성들에게 다산모 치료권을 발급해 우대하고 있다. [조선의오늘 캡처]

이 신문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임신한 직장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퇴직하는 풍조를 지적하면서 "국가가 노동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 노동보호를 받을 권리를 철저히 보장해주기 때문에 우리 여성들은 실업이란 말을 모르며 평등한 노동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곳곳에 탁아소와 유치원이 있으며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여성들이 모성영웅으로 떠받들리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은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이야말로 자녀들을 키워 나라에 바친 당의 충신이며 모성영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이민위천(以民爲天) 구호를 내세워 "인민대중을 하늘 같이 받드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해 왔다.

북한은 정치의 민주화, 경제의 시장화, 사회의 자유화 기준에서 최악의 수준

하지만 진영으로서의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국가체제를 평가할 때 통용되는 정치의 민주화, 경제의 시장화, 사회의 자유화 등의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은 최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현재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이(唯二)'한 코로나백신 거부국이다.

사회주의 독재국가인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통한다. 인구 608만 명(2019, CIA)에 1인당 GDP는 288달러(2020, IMF)인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에서 '북한보다 더 북한 같은 나라'로 불릴 만큼 폐쇄적인 독재와 인권 탄압으로 악명이 높다.

정상 국가에서는 장∙노년층부터 백신접종을 마치고 청소년과 산모에게도 백신접종을 권장하는 반면에, 북한에선 인민들이 백신을 맞을 권리조차 국가로부터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대가정 국가' 북한이 현존하는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가장 비효율∙비인도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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