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참 공허했던 100분…끝내 사과는 없었다

류순열 / 기사승인 : 2021-11-22 00: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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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허한 100분이었다. 날카로운 질문도, 속시원한 답변도 없었다. 그럴거였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꼭 그렇게 맹탕 이벤트로 국민들의 휴일 저녁을 빼앗아야 했나.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다 됐다. 실질적 잔여 임기는 고작 3개월이다. 내년 3월9일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21일 일요일 저녁 '국민과의 대화'는 사실상 마지막 이벤트였다. 지난 4년 여 국정을 평가받는 자리였어야 했다.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냉정한 평가는 없었다. 국민 패널의 질문은 대체로 무뎠다. 시작부터 맥이 빠졌다. 코로나 방역과 백신을 두고 뻔한 질문, 뻔한 답변이 돌고 돌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갔다. 다른 중대 현안은 그만큼 뒤로 밀려 비중이 쪼그라들었다. 청년 실업, '미친 집값' 관련 질문은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 마지막 이벤트조차 시작부터 실패각이었다.

질문은 좀 더 절절했어야 했다. "부동산 만큼 자신 있다"고, "집값 반드시 잡겠다"고 큰소리쳐놓고 도대체 왜 '미친 집값'을 만들어놓고야 말았는지 콕 집어 물었어야 했다. 무주택자들이 청와대앞에 모여 "권력 쥐여준 촛불시민을 벼락거지로 만들었다"며 분노를 쏟아내는 터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그 멋진 약속도 행방을 따져 물었어야 했다. 자신이 대표 시절 "원인 제공하면 후보 내지 않겠다"고 민주당 정강을 개정해놓고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도 물었어야 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 내는 것을 뻔히 보면서 "그건 그때 일"이라고 발뺌하는게 비겁하지 않은지, '촛불혁명 정부'다운 것이었는지 따졌어야 했다.

물론 국민 탓할 일은 아니다. 질문이 없더라도 서민의 고통과 분노를 모르지 않을 터, 문 대통령 스스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설명하고, 사과했어야 했다. 적어도 촛불시민을 벼락거지로 만든 '미친 집값'에 대해 그 원인부터 제대로 진단하고 설명했어야 했다.

'미친 집값'은 무주택 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책은행장을 지낸 K, 대기업 임원 H, 금융감독당국 국장 B도 요즘 만나기만 하면 '미친 집값'을 성토하고 걱정한다. 대한민국 상위 1%에 넉넉히 들어갈 그들 눈에도 지금 집값은 정상이 아니다. 그들의 자녀도 이미 '미친 집값'에 미래를 빼앗겨버린 피해자들이다. 

그런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은 여전히 한가하고 공허했다. "부동산 문제는 여러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 드렸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택공급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여전히 번짓수가 틀렸다. '미친 집값'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 띄우는 정책을 편 결과이지, 주택을 많이 짓지 않아서가 아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우리 정부 기간에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물량, 인허가 물량이 많았다"고 하지 않았나. 

문 대통령은 왜 입으로는 "집값 잡겠다"고 해놓고 임대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몰아줘 다주택자를 늘리고 '영끌'세상을 만든 것인지, 그래서 집값이 미친듯 치솟는데도 정책 책임자인 김수현, 김현미, 홍남기, 김상조에게 왜 한톨의 책임도 묻지 않은 것인지 설명하고 사과했어야 했다. 그게 진짜 사과다. 

이날 맹탕 이벤트의 대미는 결국 또 '자화자찬'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한국은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고 했다. "경제뿐 아니라 민주주의,국방,문화,의료,방역,외교,국제협력 모든 면에서 톱10이 됐다"고 했다. 

머쓱했는지 "국민 삶이 어려운데 무슨 얘기냐, 비판 있는 거 안다. 그러나 객관적 평가다. 이런 자부심이 미래 발전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닐지언정 '이생망'의 절망에 빠진 서민들에게 이런 자화자찬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스스로 가상의 국민 패널이 되어 묻는다. 나라가 선진국이면 뭐합니까, 내 삶이 후진국인데!


▲ 류순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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