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분에 "모르겠다"는 尹…제 발등 찍는 마이웨이 정치

허범구 / 기사승인 : 2021-12-01 14: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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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당무거부에 "이유 파악, 만나보라 얘기했다"
문고리 측근 전횡 공방에 "제가 언급할 문제 아니다"
'강건너 불구경' 대응…갈등 책임은 尹에 쏠려 타격
尹, 李 불신 상당…사석에선 "도대체 왜 그래" 불만
李 포용 '통 큰 정치' 필요…尹 "얘기할 기회 많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력과 리더십이 의심받고 있다.

선대위 인선 갈등이 한달째 이어진 탓이 크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배제됐고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당 대표의 당무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윤 후보 반응은 '강건너 불구경' 투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일정 취소) 이유를 파악해보고 만나보라고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패싱 논란 원인에 대해선 "글쎄요. 허허허. 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후보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측근 전횡' 문제에 대해서도 남의 일처럼 대응했다. '조국 흑서' 저자 권경애 변호사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권 사무총장과 장제원, 윤한홍 의원을 '문고리 3인방'으로 규정하고 장 의원을 '장순실'로 비꼬았다. 장 의원은 "진 교수는 '진정한 정권교체 훼방꾼'"이라며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9일 취재진에게 관련 질문을 받자 "각각의 입장 문제라 제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윤 후보가 지난달 24일 김 전 위원장과 만났는데도 갈라선 건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을 자초한 일이다. 최종 담판에도 성과물을 내지 못한 건 윤 후보 책임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태업' 이틀째인 1일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장제원 의원 사무실을 찾는 등 잠행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1일 윤석열 대선후보 측근인 장제원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부산 사상구)을 격려차 방문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정치적 타격은 윤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욕을 얻어 먹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리더십 상처를 입게 된다. 이는 지지율 하락을 부르는 악재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위기와 내분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제1야당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정무 경험이 적어 정치적 손실과 부담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윤 후보가 '보스 기질'과 주관이 강해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윤석열 고집도 박근혜 고집 못지 않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내가 알아서 한다"는 윤 후보에게 참모들이 직언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윤 후보의 이런 스타일은 이 대표에 대한 불신감과 맞물려 패싱 논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사석에서 '이XX, 도대체 왜 이래'라며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고 들었다"고 당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전부터 이 대표를 좋지 않게 봤고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반감이 커졌다"며 "윤 후보는 이 대표가 홍준표 의원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표현을 종종 자제하지 못하는 것도 내홍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윤 후보가 '잘 모르겠다'며 권 사무총장에게 만나보라고 얘기했다는 것은 이 대표를 대놓고 무시하는 뉘앙스"라며 "이 대표에 대해 '언급하기도 싫고 꼴도 보기 싫다'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웬만한 정치인이라면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잘 소통해 이견을 정리하겠다'고 말한다"며 "윤 후보는 그런 상투적 립서비스도 외면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그 양반'으로 호칭한 것도 일례다. 그는 지난달 23일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에 대해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아 달라"고 잘라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 문제로 윤 후보를 공격했다. 정치적 타격이 시작된 셈이다. 민주당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화가 날 만하다"며 "윤 후보가 예의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내분을 부채질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윤 후보는 '김종인·이준석 딜레마'에 빠졌다. 굽히고 들어가자니 후보 권위를 잃을 수 있고 정면으로 맞서자니 포용력·지도력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마이웨이 정치'가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바뀌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교수는 "승자의 아량, 품위, 포용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윤 후보에게 '통 큰 정치'를 주문했다. 장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이견으로 잠적한 김 전 위원장을 자택으로 직접 찾아가 도와달라고 설득하며 다시 모셔왔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도 이 대표를 직접 만나 다독여야한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되지 않겠나)"이라며 "만나든지 이야기할 기회는 많이 있다"고 밝혔다.

U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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