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마디에 '북한판 브나로드 운동' 펼치나

김당 / 기사승인 : 2022-01-03 17: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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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톺아보기] 28. 평양 새해 표정과 노동신문 신년 메시지
"자력갱생만이 승리 담보·필승의 보검"…노력동원∙성과 독려
삼지연시 건설에 동원된 '216사단 돌격대'를 소환한 까닭
"승리의 해에서 승리의 해에로!"

▲ 노동신문이 3일자에 실은 '우리는 또다시 승리할 한해를 내다본다' 기사의 평양시 해돋이 사진. 신문은 '광명한 미래를 향하여 전진해가는 사회주의 내 조국에 려명이 밝아온다'는 설명과 함께 새해를 맞이해 평양 려명거리의 70층 살림집에서 1일 해돋이를 찍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의 신년 메시지다.

북한은 유엔의 경제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인해, 지지난해 유례없는 마이너스 성장(-4.5%)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력갱생은 승리의 근본담보이자 필승의 보검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길래 올해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까? 핵무기로? 아니다. 핵∙미사일과 '동급'인 '자력갱생'이다. 북한 주민들이 밑줄 치며 읽는 노동신문이 이렇게 친절하게 답을 줬다.

"자력갱생, 바로 여기에 새해의 전투적 여정을 승리적으로 다그쳐 나갈 수 있는 근본담보가 있다."

심지어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을 '필승의 보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북한 관영매체들은 주로 핵∙미사일에 '필승의 보검'이란 레테르를 붙여왔다. 이제는 자력갱생이 핵∙미사일과 '동급'이 된 셈이다.

노동신문은 3일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이끄시기에 우리는 새해의 여정에서도 승리하리라'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자력갱생은 필승의 보검'이라고 강조하며 각 분야에서 한마음∙한뜻으로 올해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것(자력갱생)은 지난해 전대미문의 시련과 힘찬 투쟁 속에서 우리가 더욱 깊이 체득한 생활의 철리이고 전진의 새길을 내다보며 더더욱 억세게 틀어잡은 필승의 보검이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도전과 난관은 그야말로 백겹천겹이었다"면서도 "우리는 견인불발의 완강한 노력으로 당대회가 열린 2021년을 사회주의건설사에 특기할 위대한 승리의 해로 빛내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해 2022년은 지난해에 못지않게 방대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당 제8차대회 결정관철의 중요한 해"라며 "우리의 어깨에는 백배의 분발력과 용진력으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가 제시한 전투적 과업들을 가장 철저하게, 가장 완벽하게 실천해야 할 막중한 시대적 임무가 짊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은 무겁다고 하여 절대로 벗어놓을 수 없는 우리 세대의 숭고한 의무이며 어렵고 힘들다고 하여 결코 에돌아갈 수 없는 승리와 영광의 곧은 길"이라고 역설했다.

요컨대 전원회의가 제시한 전투적 과업을 달성하는 방도는 자력갱생뿐이고, 그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피할 수 없는 숭고한 의무이자 승리의 길이라는 것이다.

삼지연시 건설에 동원된 216사단 돌격대를 소환한 까닭

▲ 2021년 11월 삼지연시 건설에 동원된 216사단 지휘성원들이 삼지연시 건설현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총비서를 뒤따라 걷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그러면서 신문은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최악의 조건에서도 216사단 전투원들은 세월을 주름잡으며 혁명의 성지 삼지연시를 이상적인 본보기 지방도시, 농촌진흥의 표준으로 변모시키지 않았던가"라고 삼지연시 건설에 동원된 216사단 돌격대를 소환했다.

"항일의 연길폭탄정신,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투쟁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시키며 사단 앞에 맡겨진 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신문은 지난해 11월 삼지연시를 현지지도한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말씀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216사단 지휘성원들과 돌격대원들의 궐기모임에서 울려 나온 우렁찬 맹세의 메아리"라며 자력갱생의 투쟁정신을 이렇게 전했다.

"이 신념, 이 의지를 우리모두가 뜨거운 숨결로 이어놓는다면 제손으로 다스리지 못할 역경이 없고 제힘으로 넘지 못할 준령이란 없다"면서 삼지연시 건설에 앞장선 216사단 돌격대 정신을 소환한 것이다.

통상 돌격대는 육상 전투에서 앞장서서 재빠르게 적진으로 쳐들어가는 부대를 지칭한다. 하지만 북한에서 돌격대는 "당과 수령을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옹호보위하며 수령이 내놓은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당 정책을 무조건 옹호, 관철하기 위하여 몸 바쳐 투쟁해 나가는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대오"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북한의 돌격대는 군대에 가지 않은 20∼30대 청년들이 인민군 체제로 편제된 준군사집단이다. 주로 국가 건설현장에 동원되는 돌격대 인원은 40~50만명으로 추정된다.

북한 청년들은 군대 가서 장기복무하는 대신에 돌격대에 들어가 4~5년 '빡 세게' 일하면 노동당 가입에 가산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힘들지만 돌격대에 입대하곤 한다.

북한이 2017년에 완공해 '인민의 이상 거리'라고 자랑하는 평양 려명거리와 고층아파트들도 돌격대가 건설한 것이다. 북한은 당시 려명거리 건설을 공기 내에 마치기 위해 '노동당 입당'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돌격대원을 모집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새해를 맞이해 '우리는 또다시 승리할 한해를 내다본다' 기사에 려명거리의 70층 살림집에서 새해 1일 해돋이를 찍은 사진을 실었다. '광명한 미래를 향하여 전진해가는 사회주의 내 조국에 려명이 밝아온다'는 사진설명과 함께.

김정은이 기댈 곳은 양질의 노동력 제공하는 군대와 청년동맹뿐

▲ 북한은 자연재해 복구전투장들에서 '충성의 돌격전'을 전개한다는 구실로 각종 노력 동원이 일상화돼 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에서 돌격대는 선택이지만 '청년동맹'은 의무가입이다. 북한 인민들은 소학교 2년쯤에 조선소년단에 가입하고, 만 14세가 되면 청년동맹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만 14세부터 30세까지의 소년과 청년들이 모두 의무 가입하는 청년동맹의 맹원은 '청년동맹은 500만의 총폭탄이 되자!'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총인구의 1/5쯤인 500만명에 이른다.

북한은 청소년에 대한 11년 무상교육을 자랑한다. 하지만 허구헌날 농촌 모심기전투, 김매기 전투, 오리 키우기, 토끼 키우기, 고철 줍기, 산나물 캐기, 나무 베기 같은 노력동원과 김일성 우상화 운동, 건설 현장 등에 동원되어 남자는 대부분 의무교육 과정 졸업년도 중간에 입대하고 출신성분에 따라 대학, 군대, 공장, 탄광, 농장이나 건설현장에 배치된다.

북한에서 수의사로 축산공무원을 지냈던 탈북민 출신 조충희 소장(굿파머스 연구소)은 "북한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청년동맹생활총화를 하면서 농촌 지원 나가고, 산에 가서 산나물 뜯기, 나무 베기, 나무 심기 이런 걸 엄청 해서 남쪽에 와서도 산에는 안 간다"고 말할 정도다.

북한에는 청년영웅도로, 청년영웅발전소 등 '청년'자가 붙은 시설물들이 많은데 이는 모두 청년동맹에 소속된 청년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건설한 것들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자력갱생보다 청년동맹이 '필승의 보검'인 셈이다. 자력갱생으로 경제성장을 하려면 노동력의 집약이 필요한데 군대와 청년동맹은 가장 젊고 훈련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당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보고한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에서 삼지연시를 본보기(모델)로 한 '사회주의 이상촌' 건설 계획을 밝히면서 제시한 방도라는 것도 결국은 노력 동원이다.

"국가적으로 모내기와 김매기, 가을걷이를 비롯한 주요 영농시기에 역량과 수단을 기동성 있게 동원하는 것을 정례화, 의무화하며 농업근로자들의 생활을 방조(傍助)하고 생산열의도 북돋아줄 수 있게 경공업부문과 상업부문을 비롯한 해당 부문들에서 여러가지 생활용품들을 정상적으로 많이 보내줄 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시었다."

대학 졸업생의 농촌 지원 독려하는 '북한판 브나로드 운동' 벌어질 판

▲ 김정은의 백두산대학 발언(2019. 12) 이후 이듬해 2월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행군에 나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조선의오늘 캡처]

김정은은 거기에 더해 전원회의 '보고'(표현이 '보고'일 뿐 실제로는 '지시')에서 농업의 과학기술화를 위해 농촌에 대학 졸업생들을 많이 배치해 농촌에서 과학기술을 멀리하고 낡은 경험에 매달리는 현상을 극복하라고 지시했다.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의 요구에 맞게 농업근로자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기술기능 수준을 높여주기 위한 농업과학기술 학습과 선진 영농기술 보급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며 농촌에 대학 졸업생들을 많이 배치하고 그들의 핵심적 역할에 의거하여 농장의 기술력을 더욱 증대시키며 농촌에서 과학기술을 멀리하고 낡은 경험에 매달리는 현상들을 철저히 극복할 데 대하여 보고는 지적하였다."

북한은 2019년 12월초 김정은이 백두산 혁명전적지 군마행군을 하면서 "혁명의 지휘성원들이 자기자신을 철저히 준비하고 무장하려면 백두산혁명전적지 답사를 통한 '백두산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한마디에 수만 명이 영하 30도의 칼바람을 맞으며 '극한 체험학습'을 해야 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백두산대학' 발언이 나오자마자 △백두산대학, 혁명전통교양을 강화하여 우리의 혁명진지를 더욱 철통같이 다지자(12, 6) △전당이 백두의 혁명전통으로 철저히 무장하자(12. 7 사설) △천만을 '백두산대학'에로(12. 10) △'백두산대학'(12. 11 정론) 등의 논설을 쏟아내 당원들의 '백두산대학 입소'를 독려했다.

동아일보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브나로드'라는 구호를 내세워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에 참여한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대표적이다. 원래 '브나로드(В народ)'는 제정(帝政) 러시아 말기에 지식인들이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민중을 깨우쳐야 한다는 취지로 만든 '인민 속으로 가자'는 뜻의 러시아어 구호이다. 1874년 수백 명의 러시아 청년학생들이 브나로드 구호를 내걸고 농촌으로 들어가 계몽운동을 전개했다.

김정은의 '말씀'이 헌법이나 당규약보다 위에 있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하면 조만간 북한에선 대학 졸업생들의 농촌 지원을 독려하는 '북한판 브나로드 운동'이 벌어질 판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를 중시하여야 한다"면서 5개년계획 기간에 당적으로, 국가적으로 황해남도에 힘을 집중해 나라의 농업생산에서 기치를 들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황해남도에서는 대대적인 '거름 수송 작전'이 전개되었다.

▲노동신문 3일자 1면의 '황해남도에서 새해 정초에 수천t의 거름을 집중수송' 제하의 사진들(위)과 노동당출판사가 창작한 새해 첫 선전화 [노동신문 캡처]

노동신문 3일자 1면에는 "서해곡창 황해남도가 비상히 앙양된 분위기로 세차게 끓어번지고 있다"며 '황해남도에서 새해 정초에 수천t의 거름을 집중수송' 제하의 기사와 사진이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나라의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를 중시하여야 한다'는 김정은 동지의 역사적인 보고를 접한 도(道)의 일꾼들은 충성의 맹세를 안고 새해 벽두부터 농촌지원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 수천t의 거름을 사회주의협동벌에 퍼 날랐다. 트럭들이 거름을 쏟아붓는 현장에는 예외없이 예술선전대원들이 동원돼 붉은기를 흔들었다.

선전화에 담긴 올해 메시지 '자력갱생∙사회주의농촌건설∙알곡생산'

이밖에도 노동신문 3일자에는 '전당이 군중 속으로' 제하의 기사와 '대중속에 들어가 그들의 정신력을 적극 불러일으키고있다' 제하의 사진기사 등이 실렸다. 노동신문은 또한 각지의 탄광과 제철소, 발전소, 기관차 정비소 등에서 새해 첫날부터 목표 계획들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성과를 독려했다.

노동당출판사는 전원회의가 끝나자마자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추동하는 새로운 선전화들을 재빠르게 창작해 공개했다. 이날 노동신문에 따르면, 올해 새로 만든 선전화는 △올해 건설전투에서 새로운 기적과 위훈을! △사회주의농촌건설의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올해 알곡생산목표를 무조건 점령하자! 등이다.

선전화에 담긴 올해의 메시지도 '자력갱생으로 사회주의농촌건설과 알곡생산'이다. '사회주의 이상촌' 건설을 앞세워 노력 동원과 허리띠 졸라매기를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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