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언어 장애' 보험금…보험사 심사 강화

안재성 / 기사승인 : 2022-01-10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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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 언어 장애아 급증…"年 1000만 넘는 보험금 감당 힘들어"
'정신 장애' 판단 시 보험금 지급 거부…"실사 등 요구에 고민 커져"
김 모(36·여) 씨는 만 5세 아이를 성장 센터에 보내 언어 발달 치료를 받고 있다. 회당 10만 원 이상, 매달 100만 원에 가까운 치료비는 부담스러웠지만 실손의료보험으로 처리 가능해 마음 편하게 작년 1년 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1월 들어 보험사 측에서 갑자기 지난해 12월분 치료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연기하고,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고 알려왔다. 실사 후에 자칫 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수 있어 김 씨는 요새 걱정이 크다. 

최 모(38·여) 씨는 만 4세 아이가 또래보다 말이 느려 염려하던 중 병원 자문을 받아 성장 센터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회당 12만 원의 치료비에 놀랐지만, 성장 센터 측은 "언어 장애는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최근 지난해 11~12월분 치료비를 묶어서 보험사에 청구하자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미뤘다. 보험사는 최 씨에게 현장 실사와 제3자 의료자문 동의를 요구했다. 

최 씨의 지인은 의료자문을 잘못 받을 경우 미래에 걸림돌이 될 위험이 높으니 절대로 동의하지 말라고 권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의료자문 없이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 최 씨는 고민이 깊은 상태다. 

▲ 새해 들어 보험사들이 언어 장애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면서 현장 실사 혹은 제3자 의료자문 동의 요구가 빈발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새해 들어 보험사들이 언어 장애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를 대거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금을 꼬박꼬박 지급해주던 보험사들이 갑자기 현장 실사나 의료자문 동의를 요구하는 케이스가 급증해 당황한 소비자들이 여럿이다. 

특히 언어 장애 치료가 이슈인 부분은 코로나19 영향과 높은 치료비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대면 활동이 급감하면서 언어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수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언어 발달이 늦은 아동의 치료를 위해 부모들은 성장 센터를 찾는데, 1회 치료비가 10~12만 원, 월 100만 원 가량인 경우가 대다수다.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들에게 성장 센터는 "실손보험 처리가 된다"며 설득했다. 

분명 대부분의 실손보험은 언어 장애 치료를 보장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보험사 측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언어 장애는 치료는 최소 1년 이상, 장기간 이어진다. 매년 1000만 원 넘는 보험금 지불이 거듭되면, 보험사 측은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새 언어 장애 치료 관련 보험금 청구 건수가 급증해서 견디기 힘들어졌다"며 "때문에 심사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측에서 현장 실사를 위해 보낸 손해사정사는 부모와 면담하고, 의료 기록을 꼼꼼히 검토한다. 핵심 사항은 언어 장애인지, 정신 장애인지다. 

실손보험은 대개 언어 장애 치료를 보장하지만, 자폐스펙트럼, 경계성 지능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 장애는 보장하지 않는다. 정신 장애로 결론날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제3자 의료자문 동의를 요구하기도 한다. 보험사가 선정한 의사의 자문을 얻어 언어 장애인지, 정신 장애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 4세 이상 아동의 언어 발달이 느린 케이스는 이미 언어 장애라기보다 정신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며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김 씨는 "지인의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실손보험에서 보장을 받았다"며 "나도 그럴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 보험사의 태도가 돌변한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부모들은 의료자문에 큰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 씨는 "보험사가 선정한 의사들은 모두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정신 장애로 판단할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어 "정신 장애로 결론날 경우 현재의 치료뿐 아니라 장래의 보험 가입에도 큰 장애물이 되는 걸로 안다"며 "의료자문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자문 거절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해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보험사들은 모든 건 금융당국과의 협의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언어 장애 치료뿐만이 아니라 백내장, 도수 치료 등 실손보험금 누수가 심한 분야의 심사가 전체적으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함께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비급여 과잉 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기준을 정비,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들의 현장 실사 및 의료자문 동의 요구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U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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